"으...으음...."
가장 처음 나를 반겼던 건 '무'였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자각하기 시작했을 때,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무'.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답해줄 수 없다. 그저 그렇게 느꼈으니까.
어둠도 빛도 그 무엇도 없이 오직 나만이 이곳에 존재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무언가 나에게 각인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내가 인간이었을 적에 기억.
...인간이었을 적? 그럼 지금의 난 뭐지?
그때는 기쁨, 슬픔, 사랑, 절망. 우울감, 감동...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감정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그저 인간이었을 적에 기억만이 지금의 날 지탱해줄 수 있는 유일한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옭아매고 있을 뿐. 왜 필사적이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