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내 남자

38. 내 남자

하준씨에게 기회를 준 지 일주일이 지난 오늘도 어김없이 일손이 부족한 분들께 찾아가 도와드리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동생이 손을 흔들며 하준씨를 부른다.

"하준오빠! 오빠 찾는 사람이 찾아왔는데..!"
"후으.. 날 찾는 사람?"
"하준씨를 찾는 사람이면 신기현씨 아닐까요?"
"그 자식.. 내가 연락하기 전까지 오지 말라니까."
"일도 다 끝났으니까 그만 돌아갈까요?"
"그래."

나에게 자연스레 손을 뻗는 하준씨에 작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서로 더러워진 손이라 주저없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예상 했던 대로 신기현씨는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커피한잔을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신기현, 내가 연락하기 전까진.."
"블랙카드 잘 썼습니다~ 보스 덕에 이것저것.."
"그래. 그 비용을 다시 청구하기 전에 용건만 말하고 돌아가라."
"보스, 이렇게 자리를 오래 비우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신기현씨는 우는 표정을 지었지만 하준씨에겐 아무런 효과가 없자 타겟을 나로 바꾸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하준씨 오른쪽 눈썹이 올라간다.

"강은우씨가 보스 좀 설득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신기현, 죽고 싶지? 그 손 안 놔?"

신기현씨가 내 손을 놓자마자 자신의 품으로 날 가둔다. 하준씨 품 안에서 신기현씨을 흘끗 보자 세상 다 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흠... 이번 한 번만 신기현씨를 도와줄까.

"하준씨 그만 돌아가 보는 게 어때요?"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하준씨의 넓고 넓은 어깨를 축 늘어졌다. 그 모습에 나는 마치 변명을 하는 듯 말을 했다.

"그러니까 하준씨는 엄연히 보스잖아요? 보스라는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면 안 되니까 돌아가는게.."
"안 가. 그러니까 신기현 너 혼자 올라가라."
"거참, 보스! 고집 그만 좀 부리시죠? 안된다는 거 다 알면서 언제까지 고집을 부리시는지, 안되면 이대로 납치합니다?"
"니가? 날? 할 수 있음 해보던가."

안 가겠다는 하준씨와 하준씨를 꼭 데려가야겠다는 신기현씨 가운데에 껴버린 나는 처음엔 신기현씨 편을 들었지만, 점점 말싸움으로 커지자 결국 난 그 둘 사이에서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옆에서 조용히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동생이 탁자를 세게 치며 싸우고 있던 둘을 한순간에 조용히 시켰다.

"말 들어보니까.. 그쪽은 하준오빨 데려가야 하는 입장이고 하준오빤 우리 오빠가 옆에 없으니까 못 간다~ 이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네. 그렇습니다."

동생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뭐야~ 이러면 다 해결되네. 오빠도 하준오빨 따라서 올라가는거야! 그럼 하준오빤 올라갈거고 그쪽도 하준오빨 데려가는 셈이니까."
"잠깐! 은하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나도 올라간다니?"
"걱정마~ 혼자 밥도 잘 먹고 청소도 할 수 있고 외로우면 어르신들이랑 있으면 되니까~ 걱정말고 잘 다녀오세요~"

결국 동생의 말로 인해 짐을 싸고 쫓겨나는 듯싶이 집을 나와 서울로 다시 가게 되었다. 딱히 지낼만한 곳이 없어 하준씨와 동거를 하게 되었다. 불편할줄 알았던 동거는 생각보다 편했다.

어느정도 이 생활에 익숙해질때 쯤 오랜만에 하준씨 회사에 가기로 했다. 회사 입구에는 여전히 덩치가 큰 남자 두명이 지키고 있었다. 저번처럼 쫒겨날줄 알았지만 한명이 내 얼굴을 알고 있어 너무나도 쉽게 안으로 들어왔다.

"어라, 선생님?"
"임하온씨? 여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저는 바보 만나러 왔..이 아니라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하하 저도 하온씨 보고 싶었습니다."

로비로 향하던 중 예전 내 환자였던 하온씨를 만나 그간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준씨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하온씨가.. 다른 조직 보스 양아들이라니.. 몰랐어요."
"제 정체를 아는 일반인들은 죽여야 저에게도, 조직에게도 안전한 일이니까요. 아, 그렇다고 선생님 죽인다는건 아니고요. 다른 사람이 알면 그렇다는거죠."

과거, 하준씨와 하온씨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다고 느꼈던건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일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꼈던거였어.

"어, 하온님~이랑 강은우씨?"
"신기현씨가 여기 있다는건 하준씨가 여기 있다는거네요."
"네. 들어가도 됩니다. 그보다 하온님이 여긴 무슨일이야?"
"내 바보 보러온건데 안돼?"
"바보라고 하지 말라니까."

저 둘 연인사인가? 하온씨와 신기현씨의 핑크빛 분위기를 지켜보다가 옆구리가 시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준씨 갑자기 찾아와서 놀..."
"은우? 아, 은우야! 오해하지말고 잘 들어. 이 사람은.."

어떤 남자가 책상에 앉아 하준씨 얼굴을 쓰담고 있는 모습을 봐버렸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며 그들을 쳐다봤다. 주먹 쥔 내 모습을 본 남자는 웃으며 책상에 내려와 날 쳐다본다.

아, 웃는 얼굴에 침 뺃고 싶어진다.

"유명하신 강은우 선생님이시네요? 반갑네요."
"누군데 절 아시죠?"
"보스 당담 주치의, 이지안이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자기 소개를 하며 더욱 더 하준씨에게 붙는다. 싱글벙글 웃으며 하준씨에게 가까이 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떨어뜨리니 않는 이하준씨에게 화가 나,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근데 자기 소개를 하는데 내 남자에게 붙어야 하는 이유라도 있나? 이래도 안 떨어지네. 지금 당장 안 떨어져? 내 남자야."
"......"
"아 그리고 주치의랬나? 그럼 주치의답게 진찰만 보란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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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1-23 20:26 | 조회 : 3,004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흐헣... 은우옵퐈.. 넘 머시써.. "내 남자야" 래..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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