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서로에게 위험한 수술

30. 서로에게 위험한 수술

"못하겠어요."

못하겠다는 말에 신기현씨의 행동이 멈춘다.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하준씨 방문을 열고 날 부른다.

"죄송해요. 저 이 수술 못.."
"그럼 우리 보스는. 내가 따르는 보스는."
"...가까운 의사 지인을 불러줄게요. 믿을 만한.."
"보스가 미워서 그러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친 듯이 저었다. 아니라고, 그런 게 절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을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왜 수술을 못 하겠다는 겁니까?"
"이유가 있으니까. 그래서.."

그때 방 안에서 신음이 앓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신기현씨는 급하게 방으로 가다가 문짝에 발을 찍혔지만, 그는 인상만 찌푸리고 하준씨에게 달려간다.

"보스..!"

다급한 신기현씨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일어나서 하준씨 보러 가야 하는데 몸이 안 움직인다. 도저히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준씨가 위험한데 구해주러 가지 못해 내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하준씨는 내가 위험할 때 구하러 와줬는데 고작 트라우마 때문에.. 움직이자. 움직여라. 제발..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갈수록, 하준씨에게 가까워질수록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자꾸 도망치자는 소리가 들린다.

"...하, 준씨."

붉은 시트 위에서 식은땀을 흐르며 누워 있는 하준씨가 내 부름에 눈을 뜬다.

"은..우야.."

하준씨는 내 이름을 부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신기현씨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기현은 조심히 밖으로 나간다. 은우는 마스크와 수술 장갑을 착용 후, 메스를 집어 든다. 하준과 은우, 서로에게 위험한 수술이 시작됐다.

밖으로 나간 기현은 불안한지 좀처럼 앉아있지 않다. 어둡고 조용한 거실에선 째깍째깍- 시계 소리만 들려온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평소의 은우라면 벌써 끝내야 할 수술이 늦어지고 있다.

- 끼익

닫혔던 문이 열리고 식은땀을 흐르는 은우가 나온다. 수술하기 전보다 더욱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강은우씨?"

기현은 창백한 얼굴을 한 은우가 걱정이 됐는지 그의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 은우는 기현의 품으로 쓰러졌다.

"강은우씨?!"

은우가 다시 눈을 떴을 땐 해가 지고 있었다.

"강은우씨 정신 드십니까?"
"...아, 하준씨는.."
"아직 안 일어나셨습니다. 그보다 괜.."

은우는 누워있던 소파에서 일어나 하준의 방에 들어간다. 자신이 기절해있던 동안 기현이 방을 치운 모양인지 방은 깔끔해져 있었다.

"제정신 아닌 상태로 했는데 수술은 성공적이네.. 진짜 다행이다.."
"........"
"빨리 일어나요. 나 진짜 힘들게 살려줬으니까."

생각보다 수술이 잘 끝낼걸 확인한 은우는 방을 나선다.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현은 천천히 은우에게 다가간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네."
"갑작스럽게 쓰러진 이유가? 아, 곤란하시면 말 안하셔도.."
"피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마 아키라가 내 눈 앞에서 죽어서 그런거 같아요."

은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낸다. 은우에게 피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걸 알게된 기현은 고개를 숙이며 은우에게 사과한다.

"피 트라우마가 있는지 모르고. 죄송합니다."
"저야말로 죄송합니다. 피 트라우마가 있는 의사가 수술이라니."

기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둑한 흰 봉투를 건넨다. 은우는 봉투를 열어 보자마자 기현에게 돌려준다. 또다시 기현은 은우의 손에 돌려준다.

"수술비 같은거라고 생각하시고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못 받아요. 안 주셔도 되요. 그걸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
"거절은 거절하겠습니다."
"..하준씨나 그쪽이나 제멋대로인거 잘 알죠? 둘 은근 닮았어."
"보스를 모시는게 몇년인데 닮을 수 밖에."

은우는 찡그리며 말했지만 기현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전 이만 돌아갈게요."
"보스 일어나는거 보고 가시는게 좋.."
"아뇨. 그럼 가보겠습니다."

은우는 하준의 집을 나간다. 밖은 깜깜한 밤이었지만 여전히 화려한 빛으로 가득했다. 은우는 난간에 기대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하나도 없네. 일본은 가득했는데. 한번 더 가고싶다."

과거, 하준과 함께 간 일본 온천 여행을 떠올린 은우는 그리운지 하준의 현관문을 한번 보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다.

13
이번 화 신고 2019-01-09 15:20 | 조회 : 1,984 목록
작가의 말
하얀 손바닥

.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