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황녀,에디스(10)-황제 시점2

늦은 저녁, 에드윈이 황제의 방으로 찾아왔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에는 낡은 일기장이 들려있었다.

"그게 무엇이냐."
"에디스 것입니다."

황제는 에드윈에게서 거의 빼앗듯이 일기장을 가져갔다.
황제가 일기장을 가져가자 볼 일이 다 끝났는지 에드윈은 인사를 한 후 방을 나섰다.
하지만 황제의 귓가엔 그의 인사는 전해지지 않았다.
눈동자가 글자를 따라 밑으로 내려갈 수록 황제의 손은 발작이라도 일어나는 듯 떨려왔다.
''엄마 없는 아이라서 그래.''란 말을 듣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었다.
못 가진 모친의 사랑 대신 2배로 부친인 자신의 사랑을 주려고도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디스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부른 날 자신은 불같이 화를 냈다.
예의를 지키라고. 고작 5살 아이에게......
그 날 밤에 황제의 방에는 술병만 차곡차곡 쌓여갔다.
딸 아이가 한 ''아빠'' 소리가 듣기 싫을리가 없었다.
오히려 너무 기뻤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드러내기엔 자신의 직위가 너무 높았다.
자신이 어릴 적에도 단 한번도 선황제를 ''아빠''라고 부른 기억은 없었다.
그게 황족의 예의이자 법도였다.
하지만 죄책감과 미안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이 에디스를 피해다니면서 에디스가 우울해진 건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더욱 자신은 에디스를 볼 수 없었다.
그런 자신을 원망해도 증오해도 상관없었다.
모든 건 겁쟁이인 자신의 업보였으니......
에디스가 행복하게, 건강하게 살아있어 주기만 한다면 되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아이의 생명을 앗아간 건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이 두 손으로 딸을 내쳤고 이 입으로 수치라 부르며 이 두 다리로 도망쳤다.

[차라리 나 대신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좋았을텐데...... ]

마지막에 쓰여진 문장에서 결국 황제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잡고 있던 술잔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다.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는 놀라 들어왔지만 난장판이 되어있는 방과 일기장을 품에 품은 채 오열하는 황제를 보고 조용히 나갔다.
황제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황제는 기사가 들어왔다 나간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아내와 자신의 딸 사이에서 어떻게 경중을 따질 수 있겠는가.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은 몹시 슬펐다.
하지만 자신은 아내를 잃었지만 자식들은 어머니를 잃었다.
심지어 에디스는 태어난 지 고작 3개월 된 아기에 불과했었다.
당연하게도 에디스는 유리카에 대한 기억이 있는 자신과 에드윈과는 다르게 유리카에 대한 어떠한 기억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 때문에 어머니가 대신 살았으면 했다는 말이 나오게 하다니......
자신은 멍청한 인간이었다.
아니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갔으니 동물보다 못한 사람이었다.

"에디스...에디....내 딸......"

황제는 계속해서 자신의 딸을 불렀다.
황제의 방에 차갑고도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듯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그 바람이 어디로 향했는지 이 궁 안에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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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12 14:51 | 조회 : 1,075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천방지축 황녀, 에디스는 이걸로 끝! 그럼 가족 후회 끝? 아니죠~이제 데굴데굴 해야죠! 다음 화엔 새로운 인물이 나옵니다. 누구일까요~~ 다음 화는 수능 끝나고 올릴게요ㅠㅠ 이놈의 수능..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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