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황녀,에디스(8)-릴리안 시점1

나는 릴리안 드 엘리비안이다. 직위는 백작 부인.
에디스 황녀와 에드윈 황태자의 어머니인 유리카 황후와 나는 소꼽친구 사이였다.
유리카는 후작 가의 영애였는데 그의 성격상 내게 부탁을 잘하지 않았다.
나도 그녀에게 딱히 부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카가 에디스 황녀를 낳고 몸이 쇠약해지면서 그녀는 나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황후 폐하."

오랜만에 본 친구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이 창백했고 야위웠다.
유리카는 잦은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웃었다.
정말 행복하다는 듯.
그 뒤 그녀는 내게 부탁을 했다.
18살에 결혼해 19살에 엄마가 된 유리카가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
그건......

"에디스를 부탁해. 너 말고 부탁할 사람이 없어. 내가 사라지면 우리 에디스가 많이 외로울 거야. 그러니 네가 그 빈 자리를 메꿔 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내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황녀의 유모직을 자청했다.
황녀가 날 어머니라 여기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이 아이가 힘들거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엄마의 빈 자리를 느끼고 그리움에 사무쳐 매일 밤마다 울며 지새우지 않는 것을 원했다.
하지만 그건 내 욕심에 불과했던 것일까?
웃는 것이 참으로 어여뻤던 내 친구의 아이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불 한가운데 있던 사람이라곤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황녀님의 몸은 어디하나 상한 곳이 없었다.
그게 의아하단 생각은 한참을 울고 나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친구의 마지막 부탁을 이런 식으로 망쳐버리다니......
나는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왜 그 때 황녀님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왜 나는 황녀님의 명령을 따랐을까?
일개 백작부인이 황녀의 명령에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자신도 별 말없이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이 순간에 이토록 후회스럽지 않을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황녀를 지켜보던 죽은 친구의 눈물이 쉴 새없이 떨어져 내렸다.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가.
그리고 내가.
울며 지새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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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1-04 16:02 | 조회 : 987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다음 화는 에드윈 시점입니다. 눈물 펑펑 쏟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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