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황녀,에디스(7)-황태자 시점1

같은 부모에게서 난 내 여동생은 조금...아니 많이 사고뭉치였다.
어떻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저런 아이가 나오지?,란 의문이 들 정도로.
여동생이란 존재에 대해선 그렇게 기쁘거나 지켜줘야겠다는 마음 같은 건 들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제국의 차기 황제로서 제국민들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생각만 하면 되었다.
그게 아버지뿐 만 아니라 자신의 교육을 담당한 여러 선생님의 충고였다.
에드윈은 그것을 아주 충실히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매일 사고를 치고 다니는 자신의 여동생, 에디스의 얘기를 지나가는 시녀들 사이에게서 우연히 듣게 되었다.
솔직히 여동생을 위해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개 시녀들이 감히 까내릴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잡담 소리가 너무 크군. 내 여동생이랑 황제폐하께도 들리겠어."

그들은 새파랗게 질려서 사과 한 마디를 내뱉은 후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그래. 이건 내 여동생을 위해서가 아니다.
황실의 위엄을 위해서라고 자신을 세뇌하며 에드윈은 다시 국제 정세와 관련된 책을 펼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에디스가 12살이 되었다.
이제 파티가 시작될 늦은 오후.
어째서인지 황궁의 분위기가 몹시 소란스러웠다.
에드윈은 우왕자왕하는 기사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에디스가 황후 궁에 갔고 그 궁에 불이 났다는 것.
에드윈은 서둘러 황후 궁으로 날아갔다.
이동 마법이었다.
도착한 황후 궁은 가운데 방에서부터 불길이 뿜어져 나와 점점 위 아래로 퍼지고 있었다.
에드윈은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 다음으로 도착한 황제의 손에 막혔다.
에드윈은 그런 황제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한시가 급한데 왜 막는지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아버지, 왜 막으십니까?!"
"분명히 또 몹쓸 장난일 것이다. 환영 마법이라던지. 그러니 너는 여기서 가만히 있거라."

환영 마법이라고?
에드윈은 황제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눈치챘다.
마법을 쓰려면 마력이 있어야했다.
그건 제국민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그걸 황제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에디스는 마력이 약한 것이 아니라 아예 없다는 것을.
그러니 저건 만들어 낸 가짜가 아니라 진짜 불이라는 소리였다.
에드윈의 마음은 거센 풍랑처럼 휘몰아쳤다.
어차피 여동생과 자신은 그리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다.
여동생 같은 건 없어져도 ,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할 줄 알았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막상 여동생이 뜨거운 불길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보니 주먹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찌나 세게 눌렀던지 손에 손톱이 박혀 피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에드윈은 아픈 내색 없이 그저 불 타는 자신의 어머니의 궁을 멍하니 보고 있을 뿐이었다.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그건 그의 아들인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지금,18살까지 단 한번도 황제의 말을 어긴 적이 없었다.
항상 황제의 말은 정답이었다.
때문에 에드윈은 이번에도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히 황제가 에디스를 구해내고야 말 것이라고.
하지만 불길을 더욱 거세지기만 했고 황제 또한 에디스를 구하기 위해 별 다른 짓을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에드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니,이상한 게 아니라 불안했다.
왠지 지금 여동생을 구하지 않으면 다신 못 볼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에디스......!"

그의 처절한 외침은 안타깝게도 이미 제국의 수치란 말을 들어 모든 걸 내려놓은 에디스의 귓가엔 다다르지 못했다.
황제가 구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구하겠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은 에디스에게 다다르기 전에 기사들의 손에 떨어졌다.
에드윈은 발버둥쳤다.
옷에 흙이 묻고 단정했던 머리가 헝클어질 때까지.
기사들은 불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막았다.
그 또한 황제의 명이었다.
에드윈은 이 순간 처음으로 아버지인 황제가 원망스러웠다.
구할 수 있다면 구할 수 있었다.
자신은 기사들과 마법으로 몸을 보호할 수 있지만 에디스는 아니었다.
마력도 없고 기사도 없이 혼자서 저 뜨거운 불길 속에 있었다.
마침내 황후 궁은 무너져 내렸다.
그 모습을 정면으로 보며 에드윈은 처절하게 소리쳤다.

"에디스!!!!!!!"

에디스는 돌아왔다.
태양처럼 밝게 웃던 얼굴이 송장처럼 굳은 얼굴로.
햇살처럼 따뜻했던 체온이 얼음처럼 차갑게.
활발하게 돌아다녔던 몸이 실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축 늘어져서.
황제는 뒤늦게 에디스를 안으며 울부짖었다.
에드윈은 그런 아버지가 혐오스러웠다.
물론 자신이라고 아버지를 원망할 자격은 없었다.
에디스를 무관심하게 대했던 자신이 어떻게 황제를 원망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다르게 계속 검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황제가 자신을 막지 않았더라면.
자신이 좀 더 강했더라면.
자신이 황제의 명령에 따르지 않았더라면.
지독한 후회가 밀려와 에드윈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늘이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듯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4
이번 화 신고 2018-11-01 10:24 | 조회 : 1,327 목록
작가의 말
달님이

다음 화는 애디스의 유모인 릴리안 입니다. 릴리안, 황제, 황태자 시점을 교대로 할 예정이고 릴리안의 시점은 매우 짧아요.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