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제 2차전-습격(2)



아카데미 내 날씨는 통제된다. 다만 예외가 있다면, 최상위급의 기후 올리스 뿐이다. 일시적으로나마 주변 기후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니. 보통은 이렇게 쓰진 않을 텐데.

“...왜 하필이면.”

그들의 시야는 완전히 가로막혔고, 주위에서 다가오는 공격조차 막아내기 버거운 지경이었다. 설상가상, 사방에서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가온의 발목을 스쳤다. 가벼운 부상이었지만, 그것은 그들에게 이 싸움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걸 알려주었다.

‘레이첼은 아마 저 결계를 온전히 유지하는 것도 벅찰 테지. 마법, 그리고 그 상반되는 힘은 올리스을 동시에 쓰고 있으니 더욱 그렇고. 그렇다면...’

비-물과 바람. 이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은 그들에게도 있다. 그러나 단지 자연적은 물과 바람이라면, 그들에겐 숨 쉬는 것과 다름없이 조종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가 만들어 낸, 인위적인 것이라면 시전자가 최 약급의 올리스가 아닌 이상 그 능력에 개입하는 것엔 배 이상의 힘이 들어간다.

“시연, 율! 저 기후, 개입 할 수 있겠어?”

율과 시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서히 비바람이 거두어지지만 그에 반에 체력은 바닥을 친다. 이 날씨를 조성한 것은 최소 상위급 올리스. 그것도 거의 최대치의 힘을 낸 것이니, 최상위급인 그들로서도 당연한 일이었다.

한꺼번에 몰아닥친 물과 바람으로, 상대는 일시적으로나마 혼란이 왔다. 율과 시연을 들여보내고, 나무 밖에는 가온과 연우만이 남는다.
“흙으로 벽을 쌓자. 웬만큼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면, 다수가 자연계이니 그러면 대부분의 공격은 막아 낼 수 있겠지.”

그 후 상대편의 공격은 벽을 부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흙벽이 무너지고 나서 보이는 모습은, 레나와 이루, 그리고 로완 이었다. 로완의 능력이 무기 제조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날카로운 검고 함께.

“들어가자.”

레이첼이 그들을 보낸 이유는 가온과 연우는 들어오란 뜻이였다. 가장 강력한 자연계 올리스는 이미 무력화되었으므로. 그들이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가온과 연우는 가능한 한 빨리 나무를 향해 뛰었다. 뒤에선 이미 육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무 안으로 두 명의 올리스가 들어 온 뒤, 정확히 30분 후 레나와 이루, 로완이 들어왔고 정신계의 힘으로 혼란스러운 그들에게 시연이 다가갔다. 조각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그렇게 첫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

조각이 환한 빛을 내며 판을 채워나갔다. 그들 밑으로 정신을 잃은 올리스 셋이 있었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나머지 인원을 챙길 새도 없이 달아났다. 자연계 올리스 둘, 신체계 올리스 하나.

조금 전 내가 멍하니 있는 사이, 그들은 무릎을 꿇고, 항복의 의식을 하고있었다. 목에 벼린 검을 드리워 진채.

“그대의 올리스가 나의 힘보다 더 뛰어난 것을 인정합니다. 당신들의 힘에 경외하며, 부디 나의 능력으로...”

하, 아무리 ‘게임’ 중이라도 항복의 의식은 같다는 건가?

“축복받으시길.”

기후의 올리스. 그 아이는 무릎을 꿇으며, 시연와 눈의 똑바로 마주하며 짓이기듯이 말했다. 마치 그를 죽이게 만든 것이 아덴 에이로나라도 되는 양.

그와 동시에 그 올리스의 조각, 즉 카드가 변형된 그것이 나와, 미미한 바람을 일으키며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부디, 자비를...”

항상 덧붙여지는 말까지 끝내 들은 시연은, 체념하듯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도 미약하게나마 떨고 있었다. 이것을 손에 넣고 돌아서서 나가 버리면 결투, 방금의 전투는 끝나고, 우리는 판을 채우게 된다.

‘...그런데 그게, 대체 무슨 의미길래.’

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단 한가지.

‘용서’ 하는 행위.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하는 행위.

-그러나 지금은, ‘용서’ 따윈 없다.


//



그 세 명의 올리스로, 판의 한 귀퉁이, 1/5쯤 되어 보이는 구석이 채워졌다. 시연은 그것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나무로 돌아온 그들은 웃으며 말하다가도, 분위기가 차가워지며 정적이 감도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모두가 그 비참함을 알았다. 왜 우리는,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잠시, 산책 갔다올게.”

그 무거운 정적을 깨려는 듯 로완이 말을 꺼냈다. 별로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니었던 듯, 곧장 레이첼이 해지 한 방어벽의 틈으로 다섰다.

아무도 그를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

“...그나저나 아엘, 언제쯤 일어날까?”

“그렇게 탈진할 정도로 힘을 썼으면 아마 내일 오전쯤이면 깨어날 거야.”

“오늘 일은, 말하지 않는 편이 낫겠지.”

“...그래.”

그것이 그날 밤 그들의 마지막 대화였다. 다들 아무 말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모두가 일어났음에도 한 구석이 텅 비어있었다. 로완은 돌아오지 않았다.

“레이첼, 너 이 방호벽 계속 유지 할 수 있겠어? 어제부터 계속 강화해서 유지했으면 충분히 지칠텐데.”

“괜찮아. 며칠 더 지속되면 모를까, 지금은 버틸 만 해.”

그 순간, 시연이 입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시켰다.

“...습격? 아니야, 올리스들의 무리라곤 하기 엔 미묘하게 기운이 다른데.”

방호벽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레이첼의 안색도 급격히 나빠졌다.

“이번 한 번은 어떻게 버텼지만...한번 더 공격당하면 어떻게 될지 몰라. 아덴, 네가 힘을 보태고 나머지 인원들은 주위를 정찰하고 와. 가능한 신속히. 만약 로완을 만나면 같이 돌아오고. 빨리!”

아덴의 힘이 보태지며 방호벽은 강화되고 다른 이들은 빠져나갔다.

“레이첼 미네로프 에이로나.”

그리고 어떤 이는, 다시 나무 안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훈련된 정예의 케이사들이 방호벽을 깨며 침입하고, 아덴은 그들의 공격을 막지만, 나머지 둘-레이첼과 아엘-을 돌아보진 못한다.

“어, 어떻게... 언니?”

그 충격 때문이었을까, 아엘이 일어나 멍하게 상황을 응시했다.

“너는 현재, 어떻게-”

그제야 정신이든 레이첼이 말하는 이를 쳐다본다. 로완...?

“-행동할거지?”

그리고 그 순간, 예리하게 벼려진 검이 그의 손을 떠난다. 레이첼은 자신 앞에 다가올 검을 예상하고 방호벽을 쳤으나 칼이 향한 곳은, 그녀가 아니었다.

아엘이었다.

레이첼은, 아엘을 감싸며 옆으로 최대한 몸을 나췄다. 그 바람에 칼은 그녀의 칼을 스치듯 지나쳤으나 그는, 무엇 때문인지 두 눈에선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시 생성해낸 칼끝을 그들을 향하도록 했다. 흐르는 눈물, 벌벌 떨며 자비를 구하던 아이.

세로완 이안다스.

“웃기네. 그 어린 나는 용서해주지 않은 네가, 저 아이를 지킨다?

분명 세로완 이안다스는 올리스를 빼앗겼다. 레이첼이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사실.

‘올리스를 마음대로 부여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유안...유안인건가? 내가 나의 의지로 그의 자비를 무시 한 것이 아니 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그러나 아이의 눈에 비치는 것은 오직 그가 보고 싶은 단면 뿐.

“죽어.”

레이첼이 마법을 써 제지하려 하지만, 순간 무너진 방호벽으로 큰 충격이 왔고 그와 동시에 잠시나마 마력이 구속당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세로완 이안다스는 그리 큰 마력을 가지지 못했다.

‘이렇게 나 절박한 건가.’

다시금 세로완의 검신이 아엘을 감싸고 있는 레이첼의 목을 향해, 마치 수년 전 그녀가 이안다스의 후계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겨누어진다. 그때와 다른 것이라면, 그는 검에 마력을 실어 그녀에게 보내어 진다는 점.

아엘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더욱 레이첼의 품을 파고들고, 레이첼은


-그녀 앞에 흩뿌려지는 피를 정확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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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5-23 21:34 | 조회 : 891 목록
작가의 말
시연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재 주기는 일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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