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화 _ 가면무도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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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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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soyee소이

​제 22화 _ 가면무도회 (3)


폴은 지금 이 상황이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그는 완벽을 추구했다. 맡게 된 의뢰는 꼼꼼하게 임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자신이 암살을 했을 때의 쾌락과 스릴이 느껴져서 그런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는 돌아다니면서 어느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지 쭉 살펴보았다. 건전지를 넣은 로봇들이 이 집을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원래는 고장난 것들이였다.
어딘가 고장이 날 수도 있는 노릇이였다. 장난감에는 그것을 다룰 수 있는 리모컨이 있기 마련인데, 스텔라 왕국의 로봇들이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니였다.


리모컨의 버튼들을 하나하나 눌러가며 자기 마음대로 조종했다.
자신만 조종하기에는 버튼을 여러 개씩 눌러야 했는지라 계속 가면무도회를 진행 중인 그들에게로 가 리모컨을 나눠주었다.


"너네도 조종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형님!"


리모컨을 건네주고 나서 로봇들의 위치를 조정했다.
정장을 입은 로봇들은 무도회장의 앞쪽에, 턱시도를 입은 로봇들은 무도회장의 안쪽에 배치했다.


이제 이것들은 감시원과 웨이터가 될 터였다.
감시원은 초대장을 가지고 온 손님들이 맞는지 확인할 테고, 웨이터는 무도회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손님 응대와 음식을 낳두는 일을 할 것이다.


또한 우리와 같이 일하게 된 것이다. 그것들도 폴의 부하가 된 셈이다.
부하가 되었다 해서 지금껏 같이 일해온 자들과 같은 취급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은 이 인형집이 우르르 무너질 때 같이 무너질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산산조각나듯이 부서지는 게 맞는 표현일 수도 있겠다.
아예 못 쓸 정도로 부서져서 폐기처분될 것이다. 부품들도 찌그러질 정도로.


무너진 무도회장과 로봇들, 그 안에서 구출되지 못 하고 쓰러진 황실 인원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이 된다.
아아, 어서 그 모습을 이 두 눈으로 보고 담고 싶다. 어서 초대받은 손님들이 오길 바란다.


"형님, 형님?"


부하 중 한 명이 자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이를 듣지 못 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저… 그게… 실제 폭탄을 만들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아서 말이죠. 형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할 테니까 해야 하는 역할 잘 하도록 해."
"네, 명심하겠습니다!"


부하가 떠난 후, 그는 중간에 멈춰버린 폭탄을 요리조리 건들이며 조작했다.
자신이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 같아 머리를 식힐 겸 만지고 있던 것을 놓았다.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가 아까 전에 했던 것을 다시 보니, 생각했던 것과 일치했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다 나가지 못했던 진도를 쭉쭉 뺐다.
다시 손이 바쁘게, 빠르게 움직였다. 멈춰진 폭탄은 다시 서서히 움직였다.


"좋아, 다 됐군."


부하가 잘못 건드려 놓은 건 원래 알아서 치우게끔 하지만, 자신이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번 암살은 특히 공들여서 그런 것일까?


공들인 만큼 자신이 원했던 엔딩이 나왔으면 좋겠다.


오늘, 동화 속과 같은 이 인형의 집에서 암살이 시작된다!


***


소피아의 얼굴은 아까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붉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였다.
레이첼은 뭐 때문에 그런 건지는 알고 있었으나 일부러 말하거나 걱정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그런 레이첼이 어떤지 얄미웠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이리 만든 장본인이였기 때문에.
입술을 삐죽, 하고 내밀었다. 힐끔, 그녀를 보다가 눈이 마주칠까 봐, 마주쳐서 아직도 이런 내 모습을 보일까 봐 시선을 원래 보던 쪽으로 돌려놨다.


'왜 이럴 때는 안 챙겨주는 거람.'


잘 챙겨줄 땐 언제고. 정말이지, 완전 자기 멋대로야.
그렇다 해도 얄밉기만 했지, 싫은 것은 아니였다. 싫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느샌가 정이 든 걸까? 미운 정, 고운 정 모두.
아니, 이걸 정으로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했다.


내가 지금 레이첼에게 가지고 있는 이 감정은… 우정보다는 깊고 사랑보다는 얕다. 우정보다는 높고 사랑보다는 낮다.
사랑을 느끼기 전에 같이 놀러가는 데이트를 '썸'이라 하던가. 나도 지금 썸을 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 지금은 썸일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소피아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듯, 못 알아차릴 듯 부정했다.
언젠가는 레이첼이 느낀 감정과 동일하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찾아 오겠지만.


턱을 괴고 시선을 돌린 쪽을 응시했다. 창문에는 풍경이 지나가고 있었다.
풍경이 차례대로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지금 나의 심정도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쯤에 차가 멈췄다.
이 차가 멈춤에 따라 뒤따라오던 차들도 멈췄다.


비서는 그 둘을 보다가 레이첼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아, 정말? 소피, 내리자!"


자연스럽게 내리자고 말했다가 입을 다물고 내리지 않았다.
먼저 말을 꺼내놓고 내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소피아는 그녀를 쳐다봤다.


"안 내리고 뭐해, 레이? 나 먼저 내려?"
"에스코트를 해 줬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내릴 때도 똑같이 해 줬으면 해."


에스코트를 해 주겠다고 한 건 분위기도 있었고,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그런 레이첼이 귀여워서 그랬던 것이였다.
일회용과도 같았던 것을 한 번 더 해 달라고 하다니. 그냥 부탁하면 될 것을 툴툴 거리면서 말하다니.


근데 레이첼이 왜 이렇게 귀엽게 보이지? 아니, 원래도 이렇게 귀여웠나?
마이페이스라고, 늘 자기 멋대로일 때가 있다고 생각할 땐 있었어도, 귀엽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거 같은데….


곰곰히 생각에 잠기다가 레이첼이 얼른 해 달라고 재촉할까 봐,


"…좋아. 해 줄게. 마무리는 확실히 해야지."


자신이 먼저 차에서 내렸고, 반대쪽으로 가 반대편 차 문을 열었다.
레이첼이 내리자마자 조심스레 팔을 뻗어 건넸다.
머리를 뒷쪽으로 넘기곤 자신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우리는 걸음을 서로에게 맞춰가며 앞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주변을 살피던 소피아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광고지에서 봤을 때는 스텔라왕국은 쓰레기 천국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내려서 보니까 깔끔했다.
광고지에 나와있던 사진과 완전히 다른 왕국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초대를 한 스텔라왕국이 광고지에 나온 것과 같이 쓰레기 천국인 것에 불안함을, 이 곳으로 온 이후에는 광고지와 나온 것과 달라 의아함을 느꼈다.


하긴, 암살을 하기 위해선 신경썼으려나.


여러 생각이 오갔을 때, 무도회장 입구까지 다다랐다.
입구 앞에는 로봇들이 있었다. 감시원 로봇 같았다.


손을 앞으로 내미는 그것에 레이첼을 살짝 건드렸다. 초대장은 그녀가 가지고 있어서.


레이첼은 갑자기 왜 건드리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더니, 초대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초대장을 꺼내 그것에게 건네주고, 뒷쪽을 뒤돌아봤다.


사실 그들만 여기로 온 것은 아니였다. 초대장에는 황실 인원도 오라고 했기 때문에 여러 명도 함께 왔다. 레이첼의 경호원들과 감시원들도 같이 왔던 것이다.
자신들과 같이 뒤따라오는 경호원들과 감시원들도 들어오도록 손짓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무도회장 내부를 둘러봤다.
우리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곳으로는 참 아름다웠다. 이별해야 한다는 게 아쉽다고 여겨질 정도로.


소피아와 레이첼은 미리 가지고 온 가면을 썼다.
소피아는 결말을 알고 있고, 레이첼은 결말을 모른다.


가면무도회의 막은 이미 올라갔다.


***


암살이 시작되면, 이 모든 걱정이 사라질 것이 분명했다. 소피아도 볼 수 있을 테고.
그러나 마님은 자신의 딸인 소피아가 걱정되었다.


불안이 엄습했다. 이 불안은 자신을 집어삼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밖에 대기 중인 집사를 불렀다.


"아돌프!"


그가 들릴 만큼의 목소리는 밖까지 들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발소리는 하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유독 크게 들리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네, 마님. 부르셨습니까?"
"…소피아가 걱정되는구나. 헬기를 타고 스텔라왕국으로 가 소피아를 데려오거라."


마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힘이 없었다. 그동안 걱정과 불안 때문에 초조해지고 망가져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걱정어린 티를 내지 않고 목례를 하고 난 뒤, 방 밖으로 나갔다.


방 밖에 있는 벽에 기대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소피아 공주님, 부디 제가 도착할 때까지는 무사히 계셔주십쇼. 빠른 시일 내로 가서 합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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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29 19:23 | 조회 : 98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주 1회 연재입니다. 1부 완결되어서 블로그에서 Q&A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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