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화 _ 가면무도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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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 소설 후반부에 암살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암살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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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soyee소이

제 21화 _ 가면무도회 (2)


지금 이 순간, 레이첼은 자신이 소피아에게 받쳐지게 된 이 상황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항상 품위 넘치고 상대방에게 도움만을 주던 내가, 그것도 소꼽친구인 소피아에게 받쳐지다니…!


레이첼은 스스로 일어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체를 더 숙여 소피아의 품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그녀는 자신이 발갛게 변한 얼굴을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방금 얼굴을 품에 묻기 직전에 소피아의 시선은 레이첼에게로 옮겨졌으므로 당연히 얼굴쪽으로 봤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레이첼은 그러든 말든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쓰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까.


발갛게 변해버린 자신의 얼굴을 원상태로 되돌려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제외한 주변이나 상황은 볼 여력이 되지 못 했다.
이를 본 소피아는 속으로 웃었다. 천하의 레이첼이 자신에게 그런 얼굴을 보이다니….


그래, 언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겠어. 곧 클라이막스가 다가올 텐데, 좋은 구경을 한 셈 쳐야지.
소피아는 이 둘이 가는 길이 마지막임을 알리는 듯한 생각을 했다.


레이첼은 진정을 하려고 해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얼굴은 계속 붉게 변해져 있었다.


거기에다가 심장은 어찌나 요동치는지, 두근두근 거리고 멈추지 않는 심장이 소피아에게로 들릴까 걱정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자각한 뒤로는 이를 먼저 들키지 않으려고 했었기 때문에.


금방 들키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대로 들킬 수는 없는데.
소피아가 자신을 먼저 좋아하고 자각해야지만 나의 승리가 되는 건데.


하지만 레이첼의 심장은 이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꾸만 콩닥콩닥 거렸다.
소피아는 그녀의 그것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이 자신에게로 느껴짐을 알았다.


그렇지만 레이첼의 부끄러운 얼굴도, 점점 빠르게 뛰는 것도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모른 척 한 것이다.
이는 소피아가 배려해 준 것이기도 하다.


레이첼은 이 사실을 알까? 안다 해도 인정하지 않을 것 같기도.
소피아가 익히 알고 있는 레이첼은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절대 인정하려고 하지 않을 테고.


조금만 솔직해진다면 좋을 텐데….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고 이 둘 사이의 거리는 아직도 그대로다. 변함없이.
이를 좋다고 해야 할까, 안 좋다고 해야 할까.


정말 아까전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소피아와 레이첼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지된 화면과도 같았다.


순간, 레이첼이 한숨을 내쉬곤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 그녀에게서 떨어져나갔다.
요동치던 심장은 제 심박수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홍당무처럼 붉어져있던 얼굴은 원래의 뽀얗게 되돌아와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진 거야?"
"…이제 좀이라니! 원래 괜찮거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마냥 툴툴 거리듯이 불투명스럽게 답했지만, 속마음은 겉모습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레이첼의 속마음은 어떨까. 소피아에게 고마울까? 티는 안 내고 있지만 아직도 진정이 안 되고 있을까?


물론 자신의 마음속은 자신만이 알고 있을 터.


"다행이네. 똑바로 걸을 수는 있겠어?"


방금 전에 넘어질 뻔 했으니까. 넘어지기 직전에 발목을 삐끗했을 수도 있고.
소피아는 레이첼의 상태가 어떤지 잘 몰라도 걱정이 되어 물어본 거였지만,


"당연하지! 내가 못 걸을 줄 알고?"


레이첼은 또 툴툴 거렸다. 오늘따라 튕기는 구석이 많은 건 방금 전 상황 때문일까.


유년시절에도, 학생이였을 때도, 성인인 지금도 나는 여태껏 수많은 드레스를 입어왔다. 지금 입은 이것 또한 드레스.


드레스로 인해 넘어진 적이 없는 것은 아니였으나, 계속 노력하니까 넘어지지 않는 법을 저절로 터득할 정도였다.
언제 어디서나, 황실에 있을 때나, 교육을 배울 때나, 사교계 파티에 참석을 할 때에도 자신을 비춰줄 드레스는 늘 필수와도 같았다.


그러니 고작 넘어질 뻔 한 걸로 다치거나 하지 않는다. 24년 중에서 거의 14년 동안은 살아오는 내내 드레스를 입고 다녔는데 겨우 지금 일어난 일 하나로 다치겠는가.


전혀. 그런 일은 전혀 없다.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이고. 이 레이첼이 확언할 수 있다.


그러나 소피아 딴에는 걱정이 남아있는 듯 했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안전하게 차가 있는 앞까지 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난 이제 괜찮대도."
"아니, 내가 안 괜찮은 걸. 괜찮은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괜찮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니까. 차가 있는 곳까지만이라도 에스코트해 줄까?"


안 해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소피아는 이미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었다.
이를 보곤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전에 행동으로 옮길 때에도 신속하게 하지 않았던가.


잠깐, 그렇다면 설마… 소피아도 나처럼…?


"소피."
"응?"
"…너, 내가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지?"
"당연한 걸 물어보네?"
"그거, 나한테 옮은 거야? 내가 그렇게 하니까?"
"옮은 게 아니라, 원래 친구끼리는 닮은 거지!"
"하아… 좋은 걸 닮아야 하는 건데…."


레이첼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가볍게 내저었다. 왜 자신의 안 좋은 면만 닮아서는…. 이왕에 만나서 같이 있는 거면 좋은 면만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원래 사람이 그렇지 아니한가.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면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레이첼도 그랬다.


소피아를 이 곳에 남게 한 것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형극장도,
릴리스마을에 가자는 것도, 연극을 본 것도, 가면무도회에 응한 것도, 드레스를 같이 고르자고 한 것도,
모두 자기 멋대로 한 거라지만, 소피아도 자기처럼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으으, 난 몰라!"


레이첼은 이내 포기한 것처럼 보였고, 그녀의 양쪽 뺨에는 홍조가 생겼다. 하지만 아까전처럼 얼굴 전체가 붉어진 것은 아니였다.
부끄럽지만 덜 부끄럽기에 괜찮은 것 같다.


쑥스러웠지만 태연하게 당당한 척을 하며,


"자, 그렇다면 날 책임지고 에스코트하도록 해."


그녀가 먼저 팔짱을 낄 수 있도록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소피아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한쪽 팔을 레이첼이 아까 들어오린 팔에 걸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에스코트할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레이첼은 잠시 생각했다. 소피아가 이런 멘트는 어디서 주워담는가, 하고.
받쳐주었을 때도, 지금도. 신사가 내뱉을 만한 느끼한 멘트를 하고 있었으니까.


이 곳에선 저런 멘트를 한 사람이 없었으니, 다른 곳에서 주워담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괴도 활동을 해 왔을 터이니, 분명 침입했을 당시에 들었을 것이다.


귀족들 중에서 신사들이 숙녀에게 써먹는 멘트니까.
물론 나한테 쓴다 해도 통할 리는 없다. 나는 절대 소피아에게 인정하지 않을 거니까. 소피아가 먼저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린다. 이 둘은 로딘 황실 입구까지 다다랐다. 계단만 내려가면 된다. 레이첼의 비서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차 안에 있던 비서는 창을 내려 이 둘이 왔는지 봤다. 서로 와 있었다.


"어서 타십시오."
"말하지 않아도 탈 거였거든?"


레이첼이 말대구를 하며, 소피아한테 내려가자고 말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소피아는 레이첼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 차 문을 열었다.


레이첼은 차를 올라탔고, 소피아가 문을 닫기 전에 환하게 웃었다.


"고마워, 소피. 이건 내 답례야."


상체를 소피아에게로 숙인 후, 얼굴을 그녀의 뺨에 갖다댔다.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소피아는 뺨에 느껴지는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워 좋았다. 간질이는 듯한 착각이 이를 정도였으니까.


소피아는 눈을 깜박이다가 크게 떠졌다. 서서히 얼굴이 붉어졌다. 양쪽 손을 얼굴에 갖다댔다.
레이첼은 그녀의 모습이 아까전 자신의 모습과 거의 흡사해서 귀엽다고 느꼈고, 입가를 가리며 꺄르르 웃었다.


'소피는 이럴 땐 귀엽다니까.'


***


레이첼과 소피아가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스텔라왕국으로 출발할 동안, 초대장을 보냈던 폴은 미리 스텔라왕국에 도착했다.
물론 그 혼자만 온 것은 아니였고, 그의 부하들도 같이 왔다.


이 곳은 이미 쓰레기로 가득했다. 가장자리에 있는 인형집도 만만치 않았다. 쓰레기가 많았다.
이를 본 그들은 일이 힘든 것을 짐작했으나, 이를 벌인 이상에는 힘들어도 해야만 했다.


서로 도와가며 인형집의 쓰레기들을 차곡차곡 정리해 나갔고, 이것을 개조시켜 무도회로 만들었다.
창문에는 커튼을 달고, 여러 개의 테이블에는 화려한 음식들과 칵테일이 담긴 유리잔들을 올려놓았다.
물론 유리잔 안에는 칵테일만 들어간 게 아니다. 독도 같이 넣어놨다.
초대한 사람들이 다 모일 때쯤엔 독은 칵테일에 스며들어 마시기만 해도 쓰러질 것이다.


무도회하면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웅장한 클래식 음악도 빼 놓지 않고 틀어놓았다.
중앙에는 아무 것도 올려놓지 않았다. 중앙은 무도회의 꽃인 춤이 자리할 테니.


건전지가 다 되어 작동이 멈춰버린 로봇들에게는 구비해 놓은 건전지를 넣어 움직이게 했다. 이것들이 알아서 서빙도 하고, 초대장을 받은 그들을 이 안에 들이게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을 맞이하면 되는 것이다. 폴은 흡족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해야 할 일이 한 가지가 더 남아있었다. 그는 아돌프에게 암살 준비를 모두 끝마쳤음을 전달했다.
장소는 스텔라왕국이며, 암살은 독살과 총으로 다 할 것이며, 오늘 내로 끝날 거라고 했다.


집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끊었다.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
부디, 소피아 공주님이 무사하기를, 마님의 상태도 호전되기를 바랐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마님이 계신 방 문을 열었다.
의자에 앉아 시름시름 앓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암살자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고 이번 일은 오늘 중으로 끝난다고 설명해드렸다.


"그래, 알겠어. 무슨 일 있으면 당장 보고하도록."
"네, 마님."


목례를 가벼이 하고 방을 나갔다. 테라스로 걸어갔다.
하늘이 참 맑았다. 소피아 공주님이 생각났다. 두 손을 꼬옥 모았다.


'제발 무사만 하십시오. 소피아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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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5-19 14:37 | 조회 : 74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주 1회 연재입니다. 1부 완결되어서 블로그에서 Q&A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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