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화 _ 초대 (2)

* GL입니다. GL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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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soyee소이

제 19화 _ 초대 (2)


소피아는 자신의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깊게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초대장을 본 순간부터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초조했기 때문이였다.


레이첼이 꼭 가고 싶어했기에 거절하자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실망하더라도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 했다.


과거의 내가 왜 그러지 못 했을까. 연극을 하는 배우와 도안과 드레스를 훔치는 괴도 일은 치밀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보다 더 쉬운 일을 하지 못 했을까.


속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고구마를 많이 섭취한 것처럼, 음식을 허겁지겁 섭취한 것처럼.
이는 물을 먹는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은 그런 답답함이다.


소피아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였다.
가기 전에 지금이라도 말리거나, 걱정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각오했던 것을 실행하던지.


"…헉!"


숨을 헐떡이며 상체를 일으켰다. 머리와 얼굴은 식은 땀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입고 있는 옷도 땀으로 인해 축축했다.


"…하아."


숨을 천천히 내쉬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변함없는 자신의 방이다. 하지만 이제 이 방을 쓸 일은 없어지겠지. 오늘 단판을 지으려 가야 할 테니.
오늘이 가면무도회에 가는 날이니까. 무도회 장소로 가서 끝장을 보고 와야 겠지.


그래, 이 정도는 각오했었잖아.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 거야. 난 하나도 무섭지 않아. 괜찮아.


혼자서 그리 생각하고 있었을 때쯤에 방 문이 벌컥 열렸다.
그녀도 자신처럼 똑같은 잠옷 차림이였다. 치장도 하지 않은 순수한 모습 그 자체였다.


"……!"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던 소피아는 갑작스런 레이첼의 방문에 당황했다.


"레이첼, 내가 노크하고 들어오랬잖아?"


그녀가 노크를 하고 들어오지도 않았을 뿐더러 무조건 레이첼을 지켜야 했기에 예민해져 있는 것도 한 몫해서 투명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오늘이 가면무도회에 가는 날이잖아? 얼른 준비해야지, 안 그래?"


또 그런다. 마이페이스인 건 어쩔 수 없구나 싶다.
내 표정은 그러려니 한다는 표정으로 바꿨다.


"그래서, 레이첼은 어떤 옷을 입고 싶은데?"


이불을 치우곤 침대에서 일어났다. 레이첼은 나의 모습을 보곤 깜짝 놀라 눈이 크게 떠졌다.


"소피, 왜 그래? 얼굴이랑 옷이 전부 땀범벅이잖아! 악몽이라도 꾼 거야?"


성큼성큼 다가와서 자신의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레이첼의 손에 내 땀이 묻었을 것이다.


"손 놔. 내 땀이 네 손에 다 묻었을 거야."
"…그래, 알았어."


순순히 자신의 얼굴에서 손을 뗐다. 레이첼의 손은 땀으로 가득했다.


"손에 땀이 묻었네. 가서 씻고 와. 난 그동안 가지런히 정돈하고 있을 테니까."
"흐음, 그래. 알았어."


레이첼은 얼른 화장실로 갔고, 나는 그 사이에 거울이 있는 화장대쪽으로 다가갔다. 빗으로 머릿카락을 빗고 옷을 단정하게 고쳤다. 아까전보다 깔끔해진 모습이여서 스스로 만족했다.
곧 이어 그녀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왔고 화장대에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녀가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레이첼, 말도 없이 어디로 가는 거야?"
"응? 어디긴? 바로 여기지!"


목적지에 도착한 것인지 걸음이 아예 멈췄다. 두 사람이 멈춘 곳 앞에는 큰 문이 있었고, 같이 열어달라고 부탁하자 이에 같이 문을 열었다.
환한 빛이 들어오는 곳인 줄 알았는데, 스위치를 안 킨 것인지 어두컴컴했다. 얼른 불을 키려고 손을 더듬더듬 거리다가 레이첼의 손과 스쳤다.


"…!"


다른 손의 촉감이 느껴지자마자 바로 손을 거두었다. 이내 스위치가 커지면서 불이 들어왔다. 그 곳에는 수많은 드레스와 장신구, 구두들이 있었다.
이전에 자신과 레이첼이 들어가서 골랐던 드레스룸보다 규모가 더 컸다.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이 곳 전체를 살펴보기에 바빴다.


"황실인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않겠어?"


마음껏 살펴보라는 듯이 웃는 그녀였다. 차근차근 아름답고 화려한 드레스에 관심이 간 사이, 잊고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지금이라도 가기로 한 것을 취소하면 안 될까? 그래. 지금이라면, 말을 꺼낼 수만 있다면 취소하는 것도 가능할 거야. 안 가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면 되는 일인 거야.


의상들이 가득한 곳에서 나와 레이첼을 찾았다. 얼머나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을 때쯤에 그녀를 찾을 수 있었고 중요한 말을 하기 위해 다가갔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까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입술을 꾹 다물고 지그시 바라보자, 그것을 눈치챈 것인지 나를 향해 밝게 웃고 있다. 이 모습을 보는데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데.


가지 못 해서 실망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비록 그 끝에 비극이 있다 해도 절대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웃었다.


레이첼은 내게로 다가와 손을 잡고 또 다시 이끌었다. 드레스룸 가장 안쪽편에는 무도회에 입고 나갈 수 있는 드레스가 진열되어 있었다.


"자자, 여기서 입고 나갈 드레스를 골라보자고."


이 둘은 가면무도회에 나갈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고르다가 눈에 띄는 것을 발견했다.
보라색의 드레스지만, 브로치가 한가운데에 박혀있고 의상 하단에는 레이스로 되어있었다.


이것이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보여주려 들고 가다가 그녀가 고른 의상을 보곤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똑같이 긴 드레스인데, 상단은 따뜻한 노란색에 다가 하단은 그라데이션으로 나중으로 가면 갈 수록 하얀색으로 되어있다. 수수하면서도 레이첼과 잘 어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멍하니 서 있었다. 이런 시선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자신을 보곤 드레스를 자랑했다.


"어때? 나랑 잘 어울리지 않아?"
"…응. 무척이나 잘 어울려."


이 옷을 입고 나갈 거란 마음에 부풀어진 기대감. 이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배우가 되기 전에 배우가 되면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그 때도 레이첼과 같은 마음이였으니라.


취소하자고 말하려고 했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왜 이 감정을 진작에 알아차라지 못 했을까 하면서.


그래, 이왕 이렇게까지 된 거 파멸로 이끌다 할지라도 즐기다 끝나자. 그 곳에서 우리의 끝이 결정난다 해도 난 널 지켜줄게.


이리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자책감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았다.


"아, 가면무도회였지?"


레이첼이 말을 하면서 드레스와 어울리는 가면도 같이 고르자고 덧붙여서 가면이 있는 쪽으로도 걸어갔다.
자신은 보란색, 레이첼은 연노란색 가면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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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4-29 22:37 | 조회 : 81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다음주부터 주 1회로 돌립니다. 1부 완결되어서 블로그에서 Q&A 받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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