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화 _ 간질거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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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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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soyee소이

제 17화 _ 간질거림 (3)


고기집에서 삼겹살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소피, 나 잠시만 통화 좀 하고 올게."
"응, 통화하고 와."


날은 어두워져서 캄캄했다. 구름이 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하늘을 쳐다보던 소피아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달도, 별도 사라져 버린 밤. 아무 것도 없는 하늘이 꼭 자신 같았다. 지금의 자신도 텅 빈 것처럼 아무 것도 없다고 느꼈으니까.
아니, 있을지도 모른다. 어머니도, 집사인 아돌프도,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레이첼도 있다. 하지만 왜 자꾸 머무르다 사라지는 것 같을까. 저멀리 있는 것처럼 팔을 뻗어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을 것처럼.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려 통화를 한다고 했던 그녀를 쳐다봤다. 휴대폰은 귀에 밀착되어 있고 입모양은 바쁘단 듯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계속 진행 중인가 보다.


곧 이어 전화를 끊은 모양인지 폰을 쥐고 있는 손이 내려갔다. 그녀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곤 살며시 미소를 띄우며 내게로 다가왔다.


"비서가 곧 이리로 올 거래.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자."
"그래, 그러자."


그 때, 감독님과 같이 일하는 연극 배우들이 고기집에서 한 명, 두 명씩 나왔다. 소피아는 무거운 마음이 덜컥 들었다.
그들도 감독님과 같이 알아볼 거야.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갈 거야. 연극을 그만둔 얘기도 입에서 오르내릴 거야.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자신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이 상황 자체가 불편했다.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는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상황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결국 내 옆에 있는 레이첼도 알게 될 것이다. 모를 수가 없겠지. 아니, 어쩌면 알고 있는데 모르는 척 할 수도 있다.


숨기고 싶은데. 알려주기 싫은데. 네가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누구나 밝히기 싫은 진실은 있는 법이니까.
소피아의 손이 덜덜 떨렸다. 이를 본 레이첼은 춥다고 생각해 자신의 손으로 꼬옥 붙잡았다. 놓지 않을 것처럼.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소피아의 머리색은 눈에 띌 정도로 밝은 색이였다. 그래서 그녀를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그녀가 맞는지 알고 싶어서 이름을 크게 불렀다.


"소피아!"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부른 것이겠지만, 그렇게 부름으로 일으키는 파동은 아무렇지가 않다.


"어? 저기 있는 사람, 소피아 맞지?"
"소피아가 왔었어? 감독님도 아셨어요?"
"…응, 알고는 있었단다."


일부러 말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 소용이 없어졌다. 나를 배려해서 그러셨을 텐데….
씁쓸한 미소를 감춘 채로 괜찮다는 걸 보여주듯이 뒤돌아서서 미소를 띄웠다.


"저 맞아요. 다들 오랜만이에요."


한쪽 손으로 머릿카락을 쓸어넘겼다. 그 사이, 비서가 운전한 차가 도착해 우리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차 창문이 내려갔고 그녀가 레이첼에게 타라는 신호를 손짓으로 보냈다. 레이첼은 가자고 말하면서 문을 열었다.


소피아가 먼저 타게 한 다음, 자신도 같이 타서 문을 닫았다. 비서가 내리듯이 자신도 창문을 내려서 그들을 보고 인사했다. 아까전과 다름없이 똑같을 정도로.


"저는 이만 떠나야 해서요. 이왕에 만난 거, 더 오래 있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 해서 안타깝네요. 다들 건강히 지내시고 안녕히 계세요."


창문을 올렸다. 차가 출발했다. 우리를 태운 것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졌다.
둘이 떠난 뒤에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자기네들끼리 떠들었다.


"소피아가 여기는 무슨 일로 왔대요?"
"같이 온 일행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감독님도 알고 계셨다면 말씀해 주시지 그랬어요. 소피아 씨와 얘기 나누고 싶었는데요."


설령 수군수군 거린다 해도 들리지 않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이제 겁먹지 않아도 돼. 지금은 괜찮아. 소피아는 등을 기댔다.
그동안 레이첼은 비서와 얘기를 나누다가 삐친 모양인지 뺨이 크게 부풀러져 있었다.


"왜 그래, 레이첼?"
"…황실로 돌아가면 업무가 밀려있대. 내가 처리해야 하는데… 다 할 동안엔 소피랑 못 노네."


레이첼이 사고 싶은 장난감을 사 주지 않아 삐친 어린아이처럼 변했다. 릴리스마을에서 달콤한 휴일을 만끽했다면, 이제는 황실로 돌아가니까 원래대로의 생활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하기 싫다고 해서 안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처음 우리가 만날 때처럼 어릴 때였다면 모를까, 지금은 성인이니까. 어른이 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니.


"다 하면 또 놀러가거나 하면 되잖아. 내가 황실에 없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고 있을게."
"정말? 약속한 거다?"
"그래, 그래. 약속할게."


말은 이렇게 했지만, 황실에 있다가 없어질 수도 있다. 황실에서 사라진다 해도 너만큼은 지키고 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굳이 이 말은 꺼내지 않았다. 늦게 알아도 되는 사실이라면 더 늦게 알았으면 해서. 나중에 원망할지라도.


원망해서 내가 미워진다 해도 다 받아들일게. 내 잘못이니 내가 끝낼게.
비록 우리 둘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새드엔딩이라 해도 너는 이해할 거라 믿어.


지금의 나는 소심한 겁쟁이일 뿐이니까. 네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테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다가 기분이 한결 나아진 레이첼을 보자마자 피식, 웃었다. 마치 자신이 애를 키우는 것처럼 느껴져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는 변함없구나 싶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도. 늘 똑같다.


***


「친애하는 로딘 황실 소속 귀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스텔라왕국의 폴이라고 합니다.
이 초대장을 보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가면무도회를 개최하는데 참석해 주셨으면 좋겠어서 그렇습니다.

저는 스텔라왕국을 최첨단 로봇들과 기계들이 있는 미래 도시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적어 유감스럽습니다.
이번에 개최하는 가면무도회로 저희 왕국이 SF에 걸맞는 스타일의 왕국이라는 것과 인식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도 보냈지만, 하나 같이 다 거절한다는 답장이 오는지라 성심성의껏 준비했는데 많이 속상합니다.
부디, 로딘 황실에서는 거절하지 않고 꼭 참석해 주셨으면 합니다.

만찬을 즐기실 수 있도록 갑비싼 와인과 맛있는 디저트들을 가득 준비해 놨습니다.
가면무도회에 걸맞게 좋은 클래식 음악과 춤을 출 수 있는 홀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어여쁜 드레스와 자신의 외모를 가릴 가면을 착용하셔서 스텔라왕국으로 오시면 됩니다.
초대장을 들고 오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으니, 빼먹지 말고 들고 오시길 바랍니다.
시간에 딱 맞춰서 도착해 주시면 좋을 것 같군요.

스텔라왕국 가면무도회 주최자 폴 올림」


암살자는 편지지를 적어 초대장 봉투에 넣었다. 봉투에는 붉은 도장을 꾹 찍어 자신의 부하에게 전달했다.


"로딘 황실 우편함에 넣고 와."
"알겠습니다."


부하는 미리 준비해 놓은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로딘 황실은 애플왕국에 위치해 있었다. 자신이 있는 아지트와는 거리가 꽤 되는지라 속도를 더 냈다.
오토바이가 더 빨리 쌩하게 지나간다. 몇 번을 달리다 보니, 로딘 황실 앞까지 도착했다.


바로 보이는 빨간 우편함에 초대장을 집어넣으면서 무언가도 같이 떨어트리고 갔다.
이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으니 실수한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는 암살자가 이전에 봤던 광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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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04 19:34 | 조회 : 178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너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자유 연재로 돌립니다. 텀은 1달~2달 내로 해서 다음편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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