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화 _ 간질거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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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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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 soyee소이

제 16화 _ 간질거림 (2)


소피아와 레이첼은 연극을 끝까지 보고 싶었으나, 초반부까지만 봤던 것 같다. 그 이후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내용이였더라…? 처음에는 공주님이 나와서 이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속상해했던 것도 같은데….


우리가 봤던 것은 분명 연극이였는데, 이상하게도 손을 맞잡은 온도와 촉각만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뿐이였다.
마치 연애 행각을 하기 위해 온 것만 같았다.


이러려고 온 것이 아니였는데…….


레이첼은 일이 틀어진 것 같다고 느꼈고, 소피아는 생소한 느낌에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둘은 서로 고개를 들어올려 눈을 맞추다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방금 전에 각인된 듯한 기억과 촉각이 떠올라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평소에도 손을 붙잡았다고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 평상시에는 연인 이하 친구 이상이라 한다면, 이번에는 친구 이상, 연인 이상의 느낌이다.


자신과 레이첼은 친구 이상의 감정을 서로 느끼고 있는 걸까?
아니, 나만 그런 걸까? 나만 레이첼을 연인까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나는 그렇지 않는 걸.
그러니, 레이첼 역시 나를 연인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친구인 거야, 영원히.


갑자기 심장이 욱신거리듯이 아파왔다. 꿈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아픔.
그녀를 친구로만 생각했을 뿐인데, 왜 저릿저릿하게 아파오지? 왜 그런 거야?


"아프기 싫어…."


그렇다고 해서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아니야.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걸 그 누구보다 더 잘 아니까.


중얼거린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레이첼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숙인 나를 보곤 깜짝 놀라다가 손으로 자신의 턱을 들어올렸다.


자신의 얼굴을 본 레이첼은 흠칫, 하고 더 놀랐다. 울지 않을 것 같은 벽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눈물이 계속 흘러 시야가 흐릿하게 보일 정도였다.


당황한 레이첼은 어찌 할 줄 몰라 우왕좌왕 거리다가 양쪽 손으로 양쪽 눈으로 흐른 눈물을 닦아주었다.


"미안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피의 눈물이 안 마를 거 같아서… 오늘만 실례할게."


레이첼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감정과 눈물로 인해 정지된 사고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지된 사고보다 더 큰 충격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레이첼은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약간 틀었다. 코가 부딪치지 않게 한 다음, 최대한 조심스럽게 소피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입맞춤을 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은 채로 소피아가 먼저 인정하길 바랐지만, 이번만큼은 소피아도 모를 테니 아무래도 좋을 거라 멋대로 생각해 버렸다.


소피아는 그저 눈만 깜박이며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느라 바빴다. 머리를 굴러야만 했다.


마비되어 버린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이 상황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서. 나는 그저 울고 있었을 뿐이였고, 레이첼이 자신을 위로해주다가 이렇게까지 된 거라고. 그것 뿐이라고. 다른 것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정리하자마자 머리는 차갑게 식어졌지만, 입맞춤은 계속 지속되었다.


레이첼은 계속 입술을 맞대고 있다가 이만 정신을 차리고 떼어냈다. 곧이어 고개와 몸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내가 소피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내게 뭐라 해도, 화내도, 때려도 받아들일게. 내 잘못이니까."


그러나 소피아는 잔소리도, 화도, 때리지도 않았다. 그저 레이첼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였다.


갑자기 레이첼의 배에서 배고프다는 듯이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피아는 옆에 있어서 그 소리가 뚜렷하게 들렸을 것이다. 그녀는 변명하지 못 할 터다.


레이첼은 자신의 입장에선 어찌저찌 변명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으나, 곧 소피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도 그녀처럼 웃었다.


"레이첼, 많이 배고팠나 보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뭐가 좋겠어?"
"으음~ 삼겹살?"
"그래, 그럼 삼겹살 먹으러 가자."


극장 안에서 빠져나와 근처에 있는 고기집으로 들어갔다. 2인이니까 굳이 방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아무 자리에 앉아 삼겹살 2인분을 주문시키고, 레이첼은 물을 뜨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연극 감독님과 친한 지인분들께서 들어오셨다.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으신 분이셨기에 힘들었을 때 의지가 되곤 했던 분이셨다.


그 분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 소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차마 그러지 못 했다.
자신은 이미 연극을 그만둔 지 오래되었으니까. 연극과 괴도 일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 어느 쪽을 포기해야만 했다. 필요로 해야 하는 것과 원하는 것 중에서 하나를 포기해야만 한다면, 원하는 것을 포기하라고 들었다.


그래서 원하는 쪽에 가까웠던 연극을 관두기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이미 지난 일을 지금 여기서 떠올려봤자 추억을 돌이켜보는 것밖에 없지.


감독님은 사람들과 같이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 긴 머리에 분홍색 머릿카락,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인 사람이… 우리 극단에 딱 한 명 있었다.


이전에 배우 생활을 그만 둔 소피아. 방금 본 사람이 그녀가 맞는지 궁금해 먼저 들어가란 말을 하고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아는 소피아 맞니?"
"……!"


사람 잘못 보셨다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지만, 그리 말한다 한들 무시하고 나간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달라지는 것도 없을 뿐더러 이미 주문을 시킨 상황에서 돈만 지불하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한숨을 내쉬곤 감독님을 쳐다보며 쓸쓸한 어조로 답했다.


"네, 맞아요. 저예요, 소피아. 오랜만이에요, 감독님. 너무 오랜만이라 저를 잊고 사시는 줄 알았어요."


아니, 너무 오랜만이라 오히려 아예 잊고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어떻게 널 잊을 수 있겠니? 넌 아주 유명한 배우였잖아. 여기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구나. 혼자 온 거라면 같이 식사하지 않을래? 다들 널 보고 싶을 거란다."


그 말에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좋은 제안이였지만, 거절해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과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데다가 나와 같이 온 레이첼과 같이 먹기로 약속했으니까.


"죄송하지만, 같이 온 일행이 있어서요. 같이 식사하지는 못 할 거 같아요."
"같이 식사를 못 한다니 유감이구나. 너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런 저런 얘기요?"
"소피아 네가 연극을 그만둔 이유랑 다시 극단으로 돌아온 생각은 없는지에 대해서.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거든."


소피아는 또 입술을 깨물었다. 우물쭈물 거렸다.
설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오늘따라 왜 이럴까.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좋았거늘.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어서 그런 거였고, 극단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은……."


레이첼은 양손에 물이 담긴 컵을 들고 원래 자리로 가려다가 둘이 얘기하는 것을 다 듣고 있었다.
그녀는 소피아가 연극을 계속 하고 있는 줄 알았었다. 그러나 오늘부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전에 연극, 배우 관련해서 말할 때 대답하지 않았던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더 이상 연극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거짓말.
어느 누구보다 연극하는 것을 좋아하던 너였어.
그런데 고작 그런 이유로 그만둔 거라고? 아니, 네가 밝히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겠지.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 것처럼.


그리고 네가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말할 때 무슨 표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목소리가 떨려오잖아. 말하기 싫은 걸 억지로 말하는 것처럼 보이잖아.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져도 되는데."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에게 하는 말일까, 소피아에게 하는 말일까.
소피아에게 하는 말이라면 레이첼도 솔직해야 할 것이다.


감독님은 알겠다면서, 즐겁게 식사하라고 말하곤 사람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레이첼은 조금 있다가 컵을 각자의 자리에 나란히 놓곤 아까 대화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내가 극단 배우를 했을 때 알고 지낸 감독님이셔. 엄청 좋으신 분이야."
"그래?"


레이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소피아의 방금 전 상황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삼겹살 2인분이 나왔고, 레이첼이 굽겠다고 해서 굳이 자신이 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지글지글, 굽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침샘을 자극시켰다. 노른노른하게 익은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


암살자는 뒷세계로 가서 자신이 원하는 부하들을 뽑았다. 그들을 데리고 자신의 아지트로 가 미리 세워놓은 계획을 설명했다.


우리의 표적은 로딘 황실 인원 전부, 필요로 하는 인물은 소피아, 라는 인물.
가면무도회를 열어 그들을 스텔라 왕국으로 초대한 뒤, 독극물이 들어간 와인을 마시게끔 해 죽인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면 멀리서 저격해 죽이고, 소피아를 구해낸다.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도 상관이 없다.


새 부하들은 그의 계획을 알아들었다. 앞으로 재밌는 일이 가득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불행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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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29 18:21 | 조회 : 251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연재는 월간 연재입니다. 12월 29일, 일요일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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