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_ 버팀목 (1)

* GL입니다. GL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

Write. soyee소이

제 12화 _ 버팀목 (1)


마사지를 받고 나서 차로 저택으로 올 때까지 꽉 막히는 듯한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저택에만 머무른다면 그나마 나아질까. 이 답답함에서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면서도, 어떻게 해야 해결이 될 지도 알면서도 끝내 그러지 못할까 봐 덜덜 떠는 마님의 모습은 평상시처럼 여유 있는 모습이 아니였다. 이미 마음이 탁해진 것 같이 느껴졌다.


"하아… 아돌프."


마님은 손을 이마에 짚으며 집사의 이름을 불렀다. 입을 통해 뱉어진 말에서 지쳐있음이 티가 났다. 이는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 때문이니라. 분명 그럴 것이다.
그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다음 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다음 말은 그녀가 얼만큼 나약해졌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큰 파동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였으니.


"당분간 요양을 할 거야. 앞으로 식사랑 내 부름 빼고는 찾아오지 마."


얼마나 힘들어하고 계신 것일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 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것도 하나의 명령이니, '네.'라고 대답해야만 한다. 명령이 아니였다면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일개 하인. 명령에 불복종할 수 없는 관계. 네, 라고 대답한 집사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있는 듯 했다.


저택으로 들어온 마님은 다른 것은 신경쓰지도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셨다. 굳게 닫힌 화려한 문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침묵만이 저택을 둘러싼 느낌이 강했다.


그 다음날에도 마님께서는 방 안에만 있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은 호기심의 동물이랬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만약 궁금함을 넘어 걱정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남의 일이라고 할지어도 이 곳에서 일했던 시간은 다른 하녀들보다 길었다. 그러니, 자신은 끝내 열리지 않을 법한 문을 열고 들어갈 것이다.


비록 명령을 어긴다 해도. 상태가 말이 아니였으니까. 마님이 계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기대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집사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한없이 떨리면서 흔들린다.


"아돌프… 소피아는?"
"예? 공주님께서는……."


소피아 공주님께서는 아직도 로딘 황실에 계신데. 허나 이를 말씀해드리기 곤란했다.


그녀는 자신의 자녀에게 의지하고 싶어했던 것이 틀림없이 보였으므로.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없는 사람을 찾을 리가 없지 않는가.


"소피아를 만나야 겠어. 잠이 안 와. 소피아, 소피아…."


이러는 마님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너무나도 아팠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아돌프는 물러났고 마님은 침대에 계속 앉아있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찾고자 하는 자녀의 이름을 몇 번씩이나 불렀다. 이름을 부르다가 이윽고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딸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아아. 내 아이. 우리 괴도 가문의 유일무이한 후계자인 하나 뿐인 딸. 지금 어디에 있니?
이 어미는 널 어서 보고 싶단다.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구나.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네가 정말 내 딸 소피아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끌어안고 싶구나.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싶어.


널 봐서 내 불안함을 가라앉히고 싶으니, 얼른 와 주렴. 네가 보러 와 줄 때까지 네 이름을 부를 테니. 끊임없이, 하염없이.


난 널 강하게 키웠으니, 내가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렴. 나도 널 충분히 도와줄 만큼 도와주었으니. 아무리 엄마가 이런 상태라고 해도 끝까지 곁에 있어줄 거지? 항상 착했잖아. 그렇지?


-


만약 우리 딸이 날 떠난다 할지라도 내게 있어 넌 버팀목이였단다. 그 사실만 기억해 주겠니? 우리 가문을 계승해 줄 버팀목인 우리 소피아. 너에게도 버팀목이 생겨서 누군가 널 꿋꿋히 지탱해 주기를 바란단다.


이 생각들은 불안함을 떨처내기 위한 것일까, 정말로 소피아가 보고 싶은 것일까. 분간이 안 되는 것만 같다.


***


소피아는 악몽을 꾸며 뒤척거리다 다른 꿈으로 바뀌었다. 새로 나온 꿈은 자신의 유년시절이 떠오르게 만들 정도였다. 아니, 이미 꿈속에서 그 때 당시 추억들이 끄집어져 있었다.
영화를 관람하려 온 손님처럼 얌전히 관람하기에는 어렸을 때가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여서 다가가고 싶었으나, 추억속은 과거였다.


다가간다 해도 달라질 게 없었다. 팔을 뻗어보려고도 했으나, 손으로 이를 잡는다 하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우리들의 순수했던 만남. 티끝 하나 없이 맑았던 그 때. 또래 아이들과 똑같으면서도 어딘가 달랐다. 그것은 신분. 우리 둘의 신분은 고위였다. 레이첼은 로딘 황실 공주, 자신은 어려서 몰랐었지만, 괴도 가문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부와 명예를 터득한 괴도 가문 공주.


그랬기에 우리 두 사람은 로딘 황실에서 처음 만났다. 부모님들이 마련한 티 파티. 서로 어색해 했던 사이. 부모님들끼리 얘기가 끝나면 차만 마시고 돌아갈 수도 있었던 우리 가문이였다.
그러나 레이첼은 그런 우리를 가지 못 하게 만들었다. 아니, 내가 레이첼에게 이끌려 함께 놀아서 그런 것이였다. 그 때도 변함없는 마이페이스였으니까.


일찍 집으로 돌아가려던 걸 몇 차례씩이나 걸쳐 많이 놀았을 때, 그 때 계절이 여름이라서 그녀가 만들어 준 수박 화채를 먹고 숨바꼭질에서 레이첼이 술래였을 때 날 찾게 되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에도 놀러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른들끼리 만들었으면서 어른들의 사정으로 한 번만 놀았던 것으로 끝이 났다.
헤어졌을 때, 서로 아쉬워했다. 더 놀고 싶었다. 아직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할 수 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


시작도, 끝도 어른들이 했다. 모든 것은 그들의 사정으로 모집되었다가 해체된다. 아이들은 그저 아무 것도 모른다. 모르는 채로 1번의 기회가 n번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게 된다.
아직 이른 나이에 헤어짐을 배운다. 또 다른 만남도 익힌다. 그렇게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것도 이젠 하나의 추억이였어, 하고. 현실에 순응하듯이 받아들여진다. 헤어졌을 때의 슬픔과 다시 만나고 싶었던 마음은 잊은 채로. 그러다가 자조적인 웃음을 띄웠다.


방금 전, 웃음을 띄운 것은 자신과 레이첼이 만났기 때문이다. 헤어졌던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 했다. 결국에는 운명처럼 만났고 어른이 되었던 자신은 변했지만, 레이첼은 어릴 때와 똑같았다.


그러고보면 또래 아이들과 똑같으면서도 달랐던 점이 하나 더 있었다. 한 번만 놀았을 뿐인데, 로딘 황실 공주와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 그로 인해 지금도 변함없는 친구라는 것.
티 파티나 모임 같이 사교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가문과 친해지는 것이 좋을 터였다. 그건 부모님끼리 뿐만 아니라, 아이들끼리도 마찬가지였을 게 틀림없다. 영향력 있는 가문과 친해지면 스스로에게 따라오는 것이 많았으니까.


어쩌면 지금도 따라오는 것이 많을까? 있기나 할까? 모르겠다. 생각은 그만하고 꿈이나 마저 느껴야 겠다.
릴리스마을에 도착하면 레이첼이 날 깨워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꿈나라 속으로 더 들어갔다.


***


암살자는 마님의 메세지를 전해들었다. 기가 찼다. 먼저 의뢰를 한 장본인이면서 기본적인 예의 자체가 없었다.
이런 류의 고객을 상대하는 것도 일이라 느끼며 머리를 뒷쪽으로 쓸어넘겼다.


이번 상대는 어떻게 처리할까, 어떤 방법으로 뒷처리마저 끝낼까, 하고 고민하던 도중에 땅에 떨어진 광고 전단지를 주웠다.
그것을 보고 입가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주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피바람이 많이 불면 좋겠군."


ⓒ 2019. SongYiNa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19-08-22 13:18 | 조회 : 295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아이러브니키 게임 팬픽입니다. 연재는 8월달만 주 1회 연재입니다. 8월 30일, 금요일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