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화 _ 서로의 꿈 (2)

* GL입니다. GL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 게임소설이여도 레이첼과 소피아의 설정과 성격이 원작(게임)과 다를 수 있음을 사전에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 소설 속에서의 레이첼(이름)은 황실의 선택 이벤트에 나와있는 <황실의 품격> 세트, 여캐릭터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제 맘대로 지었습니다.

-

Write. soyee소이

제 10화 _ 서로의 꿈 (2)


이 일은 빠르게 마무리되었고, 둘은 말과 함께 감정 소모가 생겼기에 허기가 더 많이 느껴진 듯 했다.
이런 말도 있지 않던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 이 배고픔을 달래주고자 더 이상 말도 안 하고 곧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는 따뜻한 양송이 스프와 간단히 유유에 타 먹는 시리얼, 볶음밥,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과 감자튀김이 있었다.
소피아는 시리얼을, 레이첼은 볶음밥과 스프를 들고 와 각자 서로 하지도 않는 눈빛 교환을 한 것처럼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했다.


배고팠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식사하는 모습은 허겁지겁 먹는 것은 아니였다. 교양있는 기품이 느껴지는 식사였다.
물론 이 둘은 고뇌를 하면서 서로 들고 온 음식을 섭취하느라 그랬지만.


레이첼은 지금 볶음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심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리 심란해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아까전의 일이다.


지금 밥을 먹으면서 생각해 보니, 아까전에 너무 뭐라 한 것은 아닌지, 내 생각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지금 소피아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먼저 말 걸지는 않았다. 말을 거는 순간, 방금 전 일이 생생하게 지나갈 듯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면 그건 너무 창피하다.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 것 같은 부끄러움을 느낄 것만 같았다.


이런 걸 느끼는 것은 레이첼 뿐만이 아니였다. 소피아 또한 그랬다.
레이첼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어 마음에 남았다. 왜 자신은 지금도 어른인데 이리 성숙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직도 유치한 어린아이답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 같아 기분이 우울했다.
어린이 티나는 것은 졸업한지 오래거늘, 한없이 작아지고 솔직해질 수 없는 걸까.
뭐가 그리 자신을 붙들고 놓지 않는 걸까.


그저 답답함을 속에 꾸역꾸역 담은 채로 식사는 이어졌다.
서로 고구마를 먹은 듯한 이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대화를 하지 않을 수록 점점 더 쌓이는 듯 해 보였다.


그래도 어느 누군가는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지금 이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레이첼은 이 묵직한 상황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소피, 시리얼을 많이 담은 것도 아니고… 적은 양인데 그걸로 배가 채워지겠어? 든든히 먹어야지!"


물론 자신이 담고 있는 속마음을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누구나 이런 얘기는 쉽사리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알긴 할 것이다.
나중에는 어렵다 하더라도 꺼내야 한다는 것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느 누구는 대화를 해야 하고,
서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것을.


"어…?"


갑자기 들려온 그녀의 말에 적잖아 당황했다. 크게 떠진 눈동자가 소피아의 놀람을 대신 나타내 주고 있는 듯 했다.
덕분에 시리얼을 담고 있던 스푼이 그릇에 떨어졌다. 스푼이 그릇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냐. 내 걱정을 해 주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괜찮아. 원래도 필요 이상으로 잘 안 먹었어."


정말 그랬다. 거주하고 있는 저택에서도, 극단에 있어서 잠시동안 배우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도 딱 필요한 만큼만 섭취했다.
그 이상으로는 먹지 않았다. 배우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모습은 생명과도 같다.
계속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고 싶은 것은 배우 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소피아는 유명한 배우다. 그러니 그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만 한다.
또한 괴도로 밤에 활동하기 위해서는 몸도 민첩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운동도 필수다.


"그렇담 나랑 같이 식사했을 때는?"
"그 때는……."


레이첼이 묻고 있는 것은 자신이 대답했던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였다.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자기 입으로 내뱉어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너무 배고파서 어쩔 수 없었어."


그 당시 로딘 황실에 있었을 때에는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그저 알 수 없는 방에 갇혀있어야만 했다.
그것 뿐만이 아니였다. 외로움과 동시에 절박함마저도 느낄 정도로 감정 소모가 심했다.


감정이 뇌를 지배하고, 뇌는 감정에 사로잡혀 식욕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먹으면 저절로 행복해지니까.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이 불안함을 숨기려고 했던 것이다.


"아… 그랬었구나. 그런 감정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어."


레이첼의 말은 진심이였고, 잘못을 깨닫는 듯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작은 소피아는 무표정으로 레이첼을 쳐다볼 뿐이였다.


너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을 거란 느낌으로, 레이첼이 그렇게 느끼거나 말거나 그러려니 한다는 느낌으로.


어찌보면 이리 하는 것이 당연하게끔.


"아니야.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누구나 타인의 감정 하나하나 다 알아줄 수 없다. 이는 레이첼도 마찬가지다.


어느샌가 둘은 식사를 끝마치고 있었다. 이제 서로 뭘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갔다 해도 아직 근본적인 뿌리는 남아있는 셈이다.


"음… 소피, 릴리스마을에 있는 극장에 가고 싶다 했지?"
"응, 그랬지."
"그럼 우리가 아까 먹은 음식들 소화시킬 겸, 릴리스마을에 가기 전에 충전 좀 할 겸 황실 밖에 있는 정원에 가지 않을래?"


로딘 황실 밖에 정원이 있다는 소식은 금시초문이였다.
어쩌면 이 정원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언제부터 있던 건데?"
"아~ 정원? 내 나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 생겼다는 건 알아."


그녀의 말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더 이상 물어보았자 자세한 답을 듣지는 못 할 것이 뻔했다.


가야 할까, 가지 말까. 수없이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계속 한없이 쌓이는 뿌리를 뽑아내지는 못 하더라도 감추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또한 꽃을 보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고 나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꽃은 언제나 아름답고 고우니까.


"좋아. 어떤 꽃들이 있을지 궁금해."


소피아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레이첼은 자신의 손을 붙잡고 곧장 정원으로 안내했다.
둘이 도착한 곳에는 어여쁜 꽃들이 한가득했다.


마치 꽃들이 이리 말해주는 듯 했다. 자신들로 하여금 지친 마음과 괴로운 고민을 위로하고 가라고.
이 둘은 서로 꽃을 바라보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하면서 고민했던 것은 아예 없던 것처럼.


***


한편, 늦은 시각. 집사는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지나쳐 마님이 계신 방에 노크를 했다.
이내 곧 들어오란 말이 들렸고,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님은 여전히 근심에 가득찬 얼굴이였다. 피곤해 보이기까지 했다. 당당했던 얼굴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암살자한테서 음성메세지가 왔습니다. 들으시지요."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그래. 이리 줘 봐, 아돌프."


그녀의 손은 휴대폰을 달라는 듯이 내밀었다. 내민 손에 휴대폰을 올려놓았고, 곧 음성메세지를 들었다.


암살자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기분이 오묘했다. 어찌 보면 오묘한 것은 당연한 걸 지도 모른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게끔 만들었으니.


이보다 답답한 것은 없을 거라 느꼈다. 음성메세지를 들었으니 이제는 답장해 줄 차례다.


"제가 분명히 로딘 황실과 로딘 황실 인원 전부라고 얘기했을 텐데, 그 얘기는 건성으로 들으셨다 이거군요? 제가 참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정말 사람 애태우게 하는 것은 잘하시네요. 아주 칭찬해 드리고 싶을 정도로."


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비꼬는 거나 다름없다.


"암살 대상은 어차피 로딘 황실에 있는 전부라서 제 아이 빼고 다 암살하세요. 황실을 무너트리든, 그냥 인원만 제거하든 그건 제 알 바는 아닙니다.
제 아이만 무사하면 되니까요. 뭐, 제가 이리 말한다 한들 또 건성으로 들으시겠지요?


아예 몽땅 다 잊어버린 사람에게 이 일을 맡겨도 되나 모르겠지만, 일만 확실하게 해 준다면 보상은 두둑할 거란 것만 아시고……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세요. 제가 고용주고, 당신은 고용인에 불과하니까."


마님은 마지막까지 비꼬았다. 자신과 수준이 아예 다른 사람에게 딱 알맞는 대우라 여기며.


휴대폰을 다시 집사에게 넘기면서도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분명 음성메세지 하나에 또 기분이 안 좋은 것이 틀림없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그녀는 너무 피곤해보였다. 어딘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그것도 절실하게.


지쳐있으면 무기력해지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피로를 해소해야 마님이 풀릴 것 같다고 느꼈다.


카나리아마을에서 안정을 취할 수 있을 만한 곳이 어디가 있더라.
어느 곳으로 가셔야 마님께서 편히 쉬실 수 있을까.


누적된 피로를 풀어낼 수 있는 곳이라면 역시, 이 곳이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싶은 곳이 떠올랐다.


"저, 마님……."


집사는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왜 그러지, 아돌프?"
"저,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쉬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카나리아마을에서 제일 가는 마사지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마사지샵?"


그녀는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소피아를 신경쓰느라 밤새 뒤척일 정도로 힘들었다.
잠시 쉬고 다시 재정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마사지샵에 예약해 놔."


아돌프는 고개를 가벼이 끄덕이곤 방에서 나와 휴대폰으로 마사지샵에 예약했다.


ⓒ 2019. SongYiNa All Rights Reserved.

0
이번 화 신고 2019-08-08 13:14 | 조회 : 311 목록
작가의 말
soyee소이

아이러브니키 게임 팬픽입니다. 연재는 8월달만 주 1회 연재입니다. 8월 15일이 공휴일인 관계로 8월 16일, 금요일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