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2


"...요."

"에휴..말해봐요."
"무언가에 부딫힌 듯 차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회전했어요. 그리고....아버지가 절 안으셨어요."
"흠.....그리고요? 거기까지인가요?"

안 선생님이 모니터에 띄워진 영상을 천천히 되감기하며 물었다.

"아뇨, 아버지가 절 안았을 때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무언가 보였어요."
"무언가?"
"인간과 비슷한 형태로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간과 비슷한 형태........거대한 몸집...약 시속 100km의 자동차를 튕겨낼 정도의 힘... B...아니, A타입인가..?"
"예?"

안 선생님은 중얼거리며 서류를 적어내려갔다.

"아, 은하학생도 곧 알게 될 거에요. 은하학생이 여기 온 이유는 알고 있죠?"
"네."
"은하학생이 이번 딥 마인딩에서 본 무언가는 '귀', 정식 명칭으로는 '디멘셔너' 라고 해요."
"'귀' 라면..!"
"네 맞아요. 은하학생이 최근 보게 된 것들이랑 같은 거라 생각하면 돼요."
" !"

내가 이 시설, ADC(Agency of Dimension Collapse-차원붕괴 기관)에 온 것은 내가 최근 보게 된 '귀신' 같은 것들 때문이었다.

11년 전, 교통사고가 있었다. 사고 때 박살난 앞유리의 유리조각이 망막과 시신경을 파괴했기 때문에 난 오른쪽 눈을 잃었다.
부모님은 그 사고와 동시에 모두 돌아가셨다. 친가와 외가 모두 외동인 분들이셨고 조부모마저 돌아가진지 오래되었기에, 난 사회보호시설에 거두어 지게 되었다.

고아원에 있는 동안 난 한상 안대로 시력을 잃은 오른쪽 눈을 가리고 다녔다. 그리고 15살 생일 때, 내가 그동안 모은 돈으로 생체의안을 구입하여 시력을 잃은 오른쪽 눈과 교체했다.
사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밝은 빛을 보다가 눈을 감으면 보이는 빛무리 같은 것이 오른쪽 생체의안에서 계속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환각은 심해져갔다. 늘 보이는 것은 아니였으나 점차 보이던 빛무리들이 뚜렸한 형상을 갖추어 나갔던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형상부터 기괴한 동물, 식물, 나중에는 우중충한 건물까지 보일 지경이 됬을 땐 난 16살 생일을 지난 후였다. 결국 일상생활마저 힘들게 되자 난 정신과를 찾아갔다.

정신과에서의 진료 결과는 이상 없음. 그냥 좀 피곤하거나 평소에 망상을 많이 한 것이 아니냐는 결론. 혹시나 뇌나 의안에 문제가 있을까 해서 검사했지만 역시 이상없음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다시 안대로 눈을 가리고 생활한지 2주 정도 지났을 때 쯤, ADC라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내 정신과 진료기록을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검진내용 중 내가 말한 '환각', 혹은 '귀신' 이라는 것에 관해서 조사해야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각현상을 없애줄 수도 있다고.
나름 절실했던 난 군말 없이 조사를 받아들였고 그것이 나와 ADC와의 첫 연결고리였다.

"은~하~학~생!"
"네?"
"에휴.... 왜 자꾸 정신을 다른데 파는지..."

ADC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름 그대로 차원 붕괴와 관련된 모든것을 맡는 범 국제기관이다. 29년 전인 2019년 대서양에서 일어난 1차 차원붕괴를 기점으로 출범한 ADC는 현재 총 4번의 차원붕괴와 3720번의 소붕괴를 겪으며 현재 한 나라와도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ADC가 문어발 기업 형식으로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전 세계에 영향을 뻗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은 기관의 존재조차모른다.
차원 붕괴 자체도 일반인들은 지진 해일과 같은 큰 재해로, 소붕괴는 싱크홀, 자잘한 사고 등으로 알고 있었다. 나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은 ADC에서 별도의 교육을 해 주어 알게 되었다.

"은하학생의 환각현상은 차원붕괴와 관련이 있다고 처음에 설명해 주었었죠?"
"네."
"그 때의 설명을 지금 보충해 주자면 은하학생이 보는 것은 환각이 아닙니다."
"예?"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봤을 때, 은하학생은 차원너머[Beyond Dimension]를 볼 수 았다는 결론이에요.

안 선생님은 과장되게 팔을 좌우로 쭈욱 벌리며 말했다. 레드와인빛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등 뒤로 부스스 솟았다가 가라앉는다. 항상 본인은 꽃다운 25라고 하지만, 분명 더 나이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약간 매드 사이언티스트...

찌릿!

움찔!

"흐-음.."
"흠...흠.. 그래서요? 제가 차원 너머를 볼 수 있다는거죠? 그렇다면 제가 보는 것들은 다른 차원에서 실존하는 것들이라는 건가요?"

따악!

"바로 그거에요!"

안 선생님이 엄지와 중지를 경쾌하게 튕기며 외쳤다.

"현대 과학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지만, 차원론으로는 가능하죠. 차원론에 따르면 학생에게 보이는건 D에서 F정도의 디멘셔너[Dimensionor]라고 보고있어요."
"디멘셔너.....라면..?"
"간단히 말하면 타 차원의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 보면 돼요. 타 차원의 인간과 비슷한 형상, 이상한 동물, 식물 혹은 건물 등의 무생물까지도 전부 총칭하는 말이죠.. 출현했을 때의 피해 정도를 감안하여 생명체는 대문자 A부터 F까지, 무생물은 소문자 a부터 f까지죠. 하지만 종종 궤를 달리하는 타 차원의 존재가 있어요. 이들은 S, s급으로 분류되죠. "

그렇다면.....!

"제가 딥 마인딩에서 본.....11년 전의 그 괴물은....."
"맞아요. 디멘셔너. 그 중에서도 A급으로 추정되네요."
"!"
"은호학생이 사고났을 때가 5 살 때,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이죠?"
"...네."
"저번에 설명했을 때 말했는데 기억날지는 모르겠지만, '차원붕괴'는 29년 전부터 현재까지 6년 주기로 빠짐없이 일어나고 있어요. 내년이면 5차 차원붕괴가 일어날 것이라 추측하고 있죠."

그게 사실이라면..

"11년 전 그때가...."

안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3차 차원붕괴가 일어났던 때죠."


9
이번 화 신고 2018-09-04 00:00 | 조회 : 1,475 목록
작가의 말
처음

아직까지는 세계관이나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이라 좀 지루하실 수도 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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