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의심(1)




"...안녕?"


인사를 했지만 답은 없었다. 손까지 흔들어줬지만 상대방은 전혀 반응하지않았다. 검은색의 연미복을 입은 남자와 청색 머리의 소년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간과 관련된 능력을 얻었다거나? 하지만 불어오는 바람은 느낀 후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얼어붙어있는 두사람을 보고 옆으로 슬그머니 움직였다. 뭐야 이거 쓸데없이 긴장돼.


그때,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가 파란색이구나...이쁘다. 소년은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입술을 열었다. 한쪽눈을 가리고있던 새카만 안대를 풀면서.


"...세바스찬, 잡아."

"Yes, my load."


소년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달려드는 남자를 보면서 나는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인간이...!


빠르게 날아오는 무언가를 몸을틀어 피했다. 그것들은 바닥과 벽에 깊숙히 꽃혀들어갔고, 그것들을 바라보던 나는 남자가 이쪽으로 빠르게 뛰어오고있다는것을 알아챘다.


이건 뛰어오는 수준을 넘어서 거의 날아다니는거잖아! 게다가 어린아이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주춤하는 기색도없고, 가차없이 공격하는 모습에 남자가 던지는 은식기를 더욱 빠르게 피했다.


"스, 스톱! 잠깐 멈춰봐!"

"호오, 모두 피하면서 말할 여유가 있는모습을 보아하니, 평범한 인간은 아닌가봅니다."


평범하지 않은건 내가 아니라 당신아니야?! 남자는 멈추라는 내 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은식기를 던져댔다. 정체를 들킨건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나를 때려보고있는 소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의 시체도.


시체는 동맥이 지나가는 목에 두개의 구멍이 깔끔하게 뚫려있었고, 주위에는 소량의 피만 튀겨져있었다. 그리고 처음 그 시체를 발견했을때 살펴보기위해 시체를 건드린 내 손에도 피가 묻어있었고.


이거 일이 꼬였네. 식사하러 나가는게 귀찮아서 며칠때 의도치않은 금식을 했더니 힘이 거의 바닥났다. 어쩌지, 저 기세로 봐서는 도망가도 지구 끝까지 쫓아올것갗은데. 저 악마같은 남자.


에라 모르겠다. 일단 살고봐야지.


"이봐 악마씨.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생각하고있는 그런게 아니니까 공격하지 말아봐."

"당신을 잡으라는 주인님의 명령을 제가 어찌 감히 어길 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가보다.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아까전부터 묘하게 소년쪽으로 눈길이 가는것을 막았단말이지. 그쪽으로 몰린적도 없고, 내쪽에서는 남자때문에 소년의 모습이 자세히 보이지않았다. 뭐, 그만큼 중요하려나?


나는 틈을 노려서 남자를 지나쳐갔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표정은 나를 공격할 때의 여유로운 표정이 아니었다. 힘은 좀 그렇지만 스피드로는 나를 따라올 사람은 없단 말이지. 설령, 인간이 아니라 해도.


빠른속도로 소년의 옆에 도달했을 때에는 작아보였던 소년이 나보다 한뼘은 더 컸다. 소년의 얼굴은 믿을 수 없다는듯 굳어져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좀 그런데. 딱딱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서 소년의 팔을잡고 개구지게 웃었다.


"물론, 너희들이 나를 발견했을때의 모습은 오해할만한데, 내가 그런짓을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나는 채식주의란말이야. 식사도 귀찮아서 꽤 많이 거르는편인데."

내가 지금 얼마나 배고픈지 너희는 모를거야.


입술을 삐죽 내밀고 불평하니 마네킹 마냥 굳어있던 소년의 몸이 살짝 움직였다. 헐, 팔다리 얇은거봐. 좀만 힘줬다가는 부러지겟다.


소년의 손을 앞뒤로 흔들거렸다. 손 따뜻하다. 잠시 멈칫하던 남자는 빠르게 달려왔고, 그에 나는 소년의 뒤로 숨었다. 혹시 매정하게 내치지는...않겠지? 살짝 소년의 옷자락을 쥐었다. 어린아이 모습에는 약하지 않을까...


"으아아! 잠깐만! 기다려봐! 진짜 내가 안했다니까?"

"도련님에게서 떨어져주시죠."

"떨어지면 또 공격할거잖아! 우리 말로 차근차근 풀자, 응?"


억울한 마음에 소리치고는 소년의 뒤로 쏙 숨어벼렸다. 방심한 사이, 남자가 소년의 뒤에 숨어있는 나를 잡기위해 재빠르게 손을 뻗었다.


펄럭-

"자, 잡힐뻔했다..."

"...날개?"


소년의 당황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중에 있으면 아무리 저 남자라고 해도 잡지는 못하겠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게 좋겠다 싶어서 앞으로 이동하기위해 몸을 살짝 기울였을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매끄럽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텐데 지금의 내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점을 간과하고 말았다.


"으앗!"


나는 움직이지않는 날개를 애써 파닥거렸고, 남자는 공중에 떠있는 나를 잡기위해 도약했다. 간발의 차로, 나는 남자가 뻗어온 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결국 떨어졌다. 소년의 위로. 으악! 어서 피해!


나를 늦게 발견한 소년은 결국 공중에서 떨어지는 날 피하지 못했고, 나는 소년의 위로 떨어졌다. 다행히도 소년이 뒤로 넘어지기 전에 최대한 피해가 가지않도록 해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전신에 힘이 빠졌다. 더이상은 무리. 일어서지 못하겠어.


"윽, 너 무슨-"

"...배고파..."


고개를 돌리자 소년의 얼굴은 구겨져있었다. 하하, 너 지금 표정 되게 웃겨... 웃기지도 않은 말을 남긴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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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1-02 01:25 | 조회 : 1,932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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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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