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별편(사극드라마)

*이 화는 추석을 맞이하여 특별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성진이는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으며 대본을 낭독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머리를 매만지던 스타일리스트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 좀 있음 추석인데, 끝까지 스케줄이 있어서 힘들죠? ”

“ 확실히 힘들기는 하지만... 이렇게 꽉 차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죠. ”

가볍게 담소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모든 스타일링이 끝마쳤다.
긴 검은색 머리카락과 흰 피부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짙은 눈썹과 반듯한 입술이 강인하게 보였다.
차가움을 품음과 동시에 성진이 특유의 분위기에서 흐르는 다정함이 성군을 연상시켰다.
성진이는 최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제비꽃」 사극 드라마의 남주인공 역을 맡고 있었다.

제비꽃의 전설 중 종달새와 꽃 전설을 각색하여 담아낸 드라마였다.
종달새의 나는 모습을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하던 꽃이 이내 마음마저 빼앗겨 그 종달새와의 사랑을 꿈꿨지만 결국 몸이 꺾여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시드는 꽃.
그것이 주요 내용이었고, 오늘이 마지막 편을 찍는 날이었다.

“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871 밤. 숲부터 들어가겠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 잘 부탁드려요. ”

준우가 저 멀리서 힘내라고 손짓하자 성진이는 쿡쿡 웃으며 끄덕였다.
남주인공-꽃-인 성진과 여주인공-종달새-을 맡은 서은혜가 촬영장에 섰다.
황후가 보낸 자객들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이니 만큼 뛰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미 상처를 입은 월인현(성진)은 미리 입에 붉은 액체를 머금어야 했다.

“ 자, 이거 머금으시고 바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

아무래도 생긴 것이 생긴 것이니 만큼 머뭇거리다 토마토 주스라 생각하고 쭉 입 안에 넣었다
성진이가 가짜 피를 입에 머금고 곧바로 집중하자 기다렸다는 듯 알람이 울렸다.
▷집중도가 일정 수치를 넘었습니다. 연기력이 상승합니다. ( 발성 ↑102% / 감정표현력 ↑140% / 배역과의 일치도 ↑100%)◁
▷【외모 MAX보상 ‘후광’】을 배역에 맞게 변화시킵니다.◁
▷‘세자 월인현’에 몰입합니다.◁
▷【기적의 탑스타Lv.2】의 능력+【조건을 유지한 자】칭호로 (대)x5만큼 연기력이 상승합니다./연기력이 130% 상승합니다.◁
▷【한 성격하는 인간】칭호로 인하여 전 능력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세자, 월인현 그 자체에 동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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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알람이 멈추고 촬영장에 서 있던 성진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한 것을
모든 이가 느꼈다. 지금 그들의 눈에는 오직 월인현 밖에 보이지를 않았다.

“ .....레디.. 액션! ”

감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성진은 서은혜의 손목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풀숲을 헤치며 두려워하는 서은혜를 끌고 가는 성진이는 그렇게 강인해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옷 위로 퍼져있는 피들이 그의 상처가 심각함을 부각했고 덕분에 더욱 긴박해졌다.
성진이가 서은혜를 끌어 동굴 속에 몸을 숨김과 동시에 피를 토해냈다.

“ 컥....쿨럭...커억... ”

“ 인현!.... ”

은혜의 애타는 목소리에 성진이 잘게 떨려오는 눈동자로 천천히 마주보며 입 꼬리를 올렸다.

“ ..... 난 괜찮소.. ”

“ ...거짓말 좀 그만 하십시오.. 그 누가 이 몰골을 보고 안정되어 있다 생각하겠습니까..그 누가..., 날붙이가 생채를 뚫고 들어왔음에도 멀쩡하겠습니까..”

절절한 은혜의 목소리와 희미하게 미소 짓는 성진을 보며 다들
마음이 아릿해져왔다.
은혜의 눈에 그득하게 맺힌 눈물을 성진이가 천천히 닦아내려갔다.

“ 울지 마시오.... 난 단지... ”

“ .... ”

“ 날개도 달리지 않은... 한낱.. 풀초 따위가... 나도 저리 되어보고 싶다...라는
과분한 욕심에 화를, 입은 것 뿐....”

성진이가 씁쓸하게 입 꼬리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 아둔한 이가.. 심히 과분한 것을 바랐기에 마땅히 받아야 한 업보인 것을... 그 누가 누구를 ...탓하겠소... ”

“ 인현.. ”

창백해져 가는 인현, 즉 성진이를 보며 모두들 집중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무게감이 무척이나 무거워 그 누구도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성진, 즉 인현은 울지는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서글프게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와 함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 서난... 이 동굴 뒤쪽으로 넘어가... 산을 넘고 넘어... 위로 도망치시오... ”

“ 인현은!... ”

“ ... 난 아래로 가겠소.. ”

“ 그랬다간 필시 죽을 것입니다! 그냥 나와 함께! ”

“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오. ”

잘게 떨려오는 눈동자 속에서 강렬한 의지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더욱 보는 이들을 애달프게 만들었다.
위로 가는 서난, 아래로 가는 인현. 이는 그들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평민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나 자유로워 새와도 같던 서난.
왕이 될 수 있는 신분을 가지고 있으나 결코 자유롭지 못해 땅에 갇힌 꽃과도 같던 인현.

서난은 하늘로, 인현은 땅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 이별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표현된 부분이니 만큼 그 장면의 슬픔은 더욱 깊어졌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얼굴을 한 은혜를 향하여 성진이 눈을 곱게 휘며 미소 지었다.

“ 그거 아시오? ... 오늘은... 가장 큰 만월이 떠오르는 날임을... ”

“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 내 약속하지 않았소... 만월이 가장 크게 떠오르는 날에... 좋아하는 떡이라도 나누어 먹으며 내 뜻을 전하겠노라고.. ”

“ ... ”

“ 좋아하는 떡도... 그 당시에 내가 전하려고 했던 뜻도 전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내 뜻이오.. 가시오. 서난 ”

“ 인..! ”

은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객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가깝게 들리자
점점 고조되어 갔다.
혼란스러워 방황하는 은혜를 향해 성진이는 힘겹게 일어나 동굴 밖으로 향했다.
곧바로 따라 나온 은혜의 어깨를 힘없이 밀치며 입을 떼었다.

“ 가시오. ”

“ .... ”

“ 내 마지막 뜻이오.. ”

“ ..... ”

은혜는 결국 입술을 악 물며 몸을 돌려 뛰어갔다.
성진이는 천천히 걸음을 떼 아래로 내려가는 뒷모습이 클로징 되었다.
그렇게 서글픈 여운만이 남았다.
모두들 넋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던 때 연기가 끝났음을 인지하는데 까지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 ...? ”

성진이가 연기를 끝내고 주변을 둘러보자 눈시울이 붉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하물며 눈물을 끝없이 쏟는 이들도 많았다.
당시 성진이를 제외하고 자객역할을 맡은 이며 은혜며 모두 눈물을 쏟아내 성진이는 머쓱히 미소지었다.
그 뒤 성진이를 향한 존경스러운 눈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어쩐지 서글프게 보는 눈들이 늘어난 것은 모두가 알고 성진이는 모르는 사실이었다.

지금 이 마지막 화는 추석 전 날에 방송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잊는 사람은 없는 장면」으로 널리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또한 성진이의 무수히 많은 상 중 「베스트 커플 상」이 하나 생겨나게 되었다.

띠링

☞신들이 당신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동시에, 성진이를 향한 팬들은 인간(?)을 넘어서가고 있었다.









ps) 성진이는 추석 때 가족들과 송편을 맛있게 해서 잘 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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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9-15 18:14 | 조회 : 1,788 목록
작가의 말

다들 좋은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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