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35화

성진이는 달아올라 땀이 찬 자신의 두 손을 말아 쥐었다.
그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건은 과자를 뜯어 입 안에 쏙 넣어 먹었다.
밖은 꽤나 소란스러움에도 홍건과 성진이, ‘속고 속이는’ 작가 최재현, 액션감독 소필석이 함께 있는 공간이 조용하면서 무거웠기에 성진이는 몸을 살짝 움직이는 것에도 조심스러웠다.

5일전 홍건의 제안에 성진이는 긍정을 표했고 그 때문에 성진이는 지금 이 어색한 공간에 눈치를 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상황이 되었다.

“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되요. 느낌이 오면 온다. 아니면 아니다. 그것만 확실하게 말해주면 되니까요. ”

그렇게 말하면서 성진이에게 자신이 아까 먹었던 똑같은 과자를 밀어 권하며
웃었다.
성진이는 어색하게 마주 웃으며 과자를 뜯어 똑같이 입에 쏙 넣어 먹었다.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함이 긴장을 누그러뜨렸다.

‘ 시작 시간은 2시라고 했었지.. ’

벽에 붙은 시계를 보며 성진이는 곧 찾아올 일에 자꾸만 문 쪽으로 시선이 갔다.

“ 저번에도 이야기는 했지만 오늘은 주인공인 서민철과 이태현을 제외한
경찰 강민수, 고등학생 김나연, 의사 신서희 이 세 역을 오늘 결정할 겁니다.
감식반이나 뉴스기자 등 세세한 역들은 후에 정할 예정이고, 오늘은 이 세 역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으면 됩니다. ”

이제 곧 시작할 시간이 되자 홍건은 다시 언질해주며 성진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계 바늘이 2를 가리키자 직원이 칼같이 일어나 문을 열고 큰 목소리로 001을 불렀다.
그러자 언제 소란스러웠는지 밖은 금세 긴장에 조용해졌다.

처음 들어온 사람은 긴장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목소리를 잘게 떨며 말을 더듬었다.

“ 아,.. 안녕하세요. 001번 박민예라고 합니다. 고,.. 고등학생 김나연..을 준비해왔습니다.”

‘ 첫 순서니까 그럴 수 있지.. ’

성진이는 이해하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시선으로 박민예를 주시했다.
성진이 뿐 아니라 모두가 그녀를 직시했다.

“ 그럼, PART.3 15씬을 연기해주세요. ”

작가 최재현이 턱을 괴며 그녀를 향해 지시했다.

“ 네, 네! ”

심호흡을 몇 번을 하더니 자세를 고쳐 잡고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 경찰오빠, 범인.. 꼭 잡을 수 있는거죠?.. 아빠를 다싯..”

혀를 깨물었는지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찡그렸다.
그녀는 순간에 고통으로 자신이 외우던 대사가 백지로 덮혀 연기를 이어가질 못했다.
공기는 빠르게 식어갔고 그럴수록 그녀는 평정심을 찾지 못해 손을 떨고 있었다.

“ 됐습니다. ”

결과는 처참했다.
몇 마디도 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돌아가라는.. 좀 더 직설적으로는 떨어졌다는 말이 그녀에게 향했다.

가차 없는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흘기곤 문을 열고 나갔다.
성진이는 그런 그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앞으로도 이어질 상황이 살짝 걱정스러워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결과는..썩 좋지는 않았다.

김나연역과 신서희역은 어느정도 잡혔으나 강민수는 통 잡히질 않았다.

그 후로도 꽤 많은 사람들의 연기를 봤지만 괜찮은 정도였지 그 이상은 아니었다.
나쁘지 않은 연기지만 그 역에 딱 맞는 연기는 아니라는 말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자 성진이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표정을 구겼다.

“ 쉬는 시간을 좀 가집시다. ”

“ 네, 그게 좋겠네요.. 너무 지쳤어요. ”

약 15분 동안에 쉬는 시간이 쥐어지자 성진이는 의자에 몸을 기대어 과도한 집중으로 피로해진 몸을 폈다.

“ 이걸 어쩌죠.. 썩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요. ”

“ 동감입니다. 다들 좀 부족해요. ”

“ 성진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갑작스레 훅 들어온 질문에 성진이는 놀라 몸을 급히 일으켰다.

“ .. 저도 딱히 의견이 틀리지 않습니다. 괜찮은 연기실력은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잘 하지는 않았어요. ”

대략 전체에 반 정도 보았으니 나머지 반의 사람에게 큰 기대가 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자동으로 한숨이 쉬어지는 상황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하기 싫은 일을 할 때에는 그리도 시간이 안 가더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쉬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렸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성진이는 건조한 입을 물로 적셨다.

“ 069번 박경원이라고 합니다. 강민수를 준비했습니다. ”

시원시원하고 성량이 좋은 목소리가 귀에 정확하게 들어왔다.
홍건, 성진, 재현, 필석은 그를 유심히 보며 집중했다.

“ PART.1 27씬을 해주세요. ”

“ 예 ”

그가 짧게 숨을 들이마신 후에 연기를 시작했다.

“ 야, 선배한테 따-박--따-박 말 대꾸하냐? 너 선배가 우습냐고.. 새끼가 군대 안 다녀왔나.”

혀를 차는 그의 목소리에는 강민수가 하는 진상짓, 갑질이 기분 나쁠 정도로 잘 표현되고 있었다.
눈매며 말투며 표정이며 어디하나 재수 없는 곳이 없었다.
그야말로 상상하던 강민수였다.

성진이는 저절로 미세하게 미소가 걸렸다.

“ 너 선배를 위해서 네 실적 좀 나눠주면 어디가 덧나냐? 고거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그렇게 바락바락 대드냐고.. 그리고 내가 네 일 하나 얻어다 준다니까? 그걸로 나머지 채우면 되겠구만 쪼잔하게 굴기는 ”

성진이는 과거 저렇게 갑질을 하던 선배가 떠올라 혹시나 그가 정말로 이런 짓을 하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그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지금 본 것 중에 가장 좋았다.

1분간에 연기가 끝나자 갑자기 홍건이 입을 열어 제안했다.

“ 성진씨 혹시 지금 저 친구랑 같이 연기해보지 않을레요? ”

“ 제가요? ”

“ 상대역이 있으면 더 실력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 아, 괜찮습니다. ”

성진이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앞으로 나갔다.

“ 자, 아까 했던 연기 파트를 다시 해주시면 됩니다. 성진씨 대사 아시죠? ”

“ 네, 물론입니다. ”

“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로 짧게 인사를 주고받은 경원과 성진은 서로 마주보며 연기를 시작했다.

▷「기적의 탑스타Lv.2」능력으로 인해 연기력이 46% 상승합니다.◁
▷「기적의 탑스타Lv.2」능력으로 인해 규모 (중)x3만큼 연기력이 상승합니다.◁
▷「속고 속이는」 서민철에 몰입합니다.◁

“ 저번에도 같은 일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이번에도 실적을 넘겨달라니요.”

성진이가 작은 목소리지만 올곧은 목소리로 말했다.
단숨에 변한 분위기에 경원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곧 평정심을 찾고 연기했다.

“ 야, 선배한테 따-박--따-박 말 대꾸하냐? 너 선배가 우습냐고.. 새끼가 군대 안 다녀왔나.”

“ ... ”

“ 너 선배를 위해서 네 실적 좀 나눠주면 어디가 덧나냐? 고거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그렇게 바락바락 대드냐고.. 그리고 내가 네 일 하나 얻어다 준다니까? 그걸로 나머지 채우면 되겠구만 쪼잔하게 굴기는 ”

그 순간 성진이의 차가운 표정을 바라본 경원은 몸을 굳혔다.
대본상 떡밥용으로 성진이가 이때 살인마와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압도하는 씬이 있었다.
살짝 몸을 움치리지만 금방 다시 건방을 떨어야 하지만 경원은 차가운 눈을 직시하자 무서움에 침을 삼키고 서 있을 뿐이었다.

“ 자, 그만그만 ”
홍건이 저지하자 성진이는 연기를 그만두고 홍건을 바라보았다.
홍건은 콧바람을 한 번 끼며 됐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 아직 성진씨의 연기를 받기에는 부족해보입니다만, 나쁘지 않은 연기실력이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 예..예”

경원은 마치 오금에 저린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나갔다.
성진이가 자리에 앉자 일동 시선이 모였다.
입을 연건 홍건이었다.

“ 성진씨 ”

“ 예? ”

“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너무 기를 꺾으시면 안되요.. ”

“ 예?? ”

“ 연습이니까.. 애초에 성진씨는 심사하는 사람이니 적당히 느슨하게- 연기해주세요. 알겠죠? ”

“ 아.. 네 알겠습니다. ”

알게 모르게 성진이는 혼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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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10-25 21:23 | 조회 : 2,730 목록
작가의 말

많이 늦었죵?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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