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32화

성진이와 감독 최호영, 음향 감독 김재원은 둥근 탁자에 앉았다.

조용한 정적사이에 커피를 마시는 소리만 들려왔다.

성진이는 괜히 어색한 기분이 들어 입술을 당겨 물었다.

성진이뿐 아니라 최호영도 어색했는지 눈을 굴리다가 먼저 입을 뗐다.

“ 안녕하세요. 김재원씨 저는 이번 CF 총감독 최호영입니다. 이쪽은 CF 주인공인

박성진씨구요. ”

“ 예, 안녕하세요. ”

짧고 간결한 김재원의 대답은 대화를 끊기에 충분했다.

다시 1번 정적이 흐르자 성진이가 다시 대화를 시도하려 김재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진이의 눈에 김재원의 목에 걸고 있는 이름표가 보였다.

“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CF에서 연기하게 된 박성진입니다. 잘 부탁 드릴께요. ”

“ 네 ”

영 말에 기운이 없는 것이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자 성진이는 더욱 말에 신경을 쓰며 입을 열었다.

“ 루프 스테이션은 굉장히 까다로운 것 같던데 혹시 어떻게 하실지 정하셨나요? ”

“ ....... 대충은 정했습니다. ”

“ 정말인가요? 어떤 형식인지 좀 알 수 있을까요? ”

“ ........ ”

김재원이 미간을 좁히며 성진이를 바라보다 콧바람을 뀌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콧바람의 의미는 몰랐지만 결코 좋은 뜻은 아닐 것이다.

“ 아침 식사로 먹는 샌드위치이니만큼 아침이라는 주제로 큰 신나는 분위기는 없습니다.

혹시 asmr을 아십니까? ”

그 말에 성진이와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 계란 껍질을 부스러뜨리는 소리나 유리잔을 숟가락으로 두드리는 등

요리하는 도중에 음악을 만들어낼 겁니다. 예를 들어서 -.. ”

하나하나 세세하게 이야기하는 김재원을 보며 성진이는 집중했다.

나쁘지 않은 구성에 성진이는 감탄했다.

“ 따로 녹음도 해놨습니다. ”

녹음까지 했다는 말에 성진이와 호영은 놀라움에 입을 떡 벌렸다.

듣고 싶은 듯 반짝이는 눈에 재원은 노트북을 꺼내들어 탁자 위에 올렸다.

몇 번의 타자음이 들리더니 재원이 음원을 틀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집중하며 듣던 성진이는 정말 바이올린, 기타, 피리 등

그런 악기들 없이 계란, 물, 접시 부딪히는 소리 등만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흥을 탈만큼 좋은 노래였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대략 1분 동안의 노래가 끝나고 성진이는 눈을 떴다.

옆을 보니 최호영은 굉장히 맘에 들어하는 듯 했다.

성진이도 이 음악이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점이 안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성진이의 표정이 영 애매했고 그것을 본 재원은 미간을 좁혔다.

“ 뭐가 마음에 안 드신가요? ”

“ 아, 아닙니다. 무척 좋은 노래입니다만.. ”

“ 다만?.. ”

성진이는 눈치를 보다가 솔직하게 말하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 아침이라 주제에 잘 맞는 노래입니다. 그러나.. 약간 풍부함이 부족하달까요.

샌드위치로 아침을 든든하고 힘차게 보낸다는 의미이니 만큼

너무 잔잔해버리면 의도를 다 전하지 못하니까요. ”

“ ......... ”

성진이의 말을 들은 재원은 고민하는 듯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이내 인상 쓰던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군요. 그럼 풍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

“ 초반에는 확실히 잔잔한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점점 템포를 올리거나 코러스를 넣거나 해서 풍부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서 22초쯤에 나오는

식기를 두드리는 부분에 하나를 천천히 두드리는 것 보다 여러 개의 유리잔을 두고 빠른 템포로 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asmr로 샌드위치를 먹는 소리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아요.”

성진이가 말하는 내내 불안해하는 최호영은 김재원의 눈치를 보았다.

오늘 계속 분위기가 좋지 못했던 만큼 혹여라도 어렵사리 섭외한 김재원을 놓칠까 봐서

더욱 눈을 빠르게 굴렸다.

다행스럽게도 김재원은 인상을 쓰는 대신에 처음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성진이와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 그러면 이쯤에 코러스를 넣죠. ”

“ 아, 근데 역시 코러스를 넣게 되면 광고가 좀 길어지게 되겠죠? ”

“ 음악을 다룬 광고는 꽤나 사람들에 관심을 끌기 때문에 조금 더 길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특히 성진씨는 요새 한 창 뜨고 있으니까 얼굴을 보려고만 해도 꽤나 관심을 끌겠죠. ”

오히려 처음 같이 작업하기로 했던 최호영은 가만히 있고 성진이가 김재원과 작업을 하고 있자 최호영은 놀랍다가도 찝찝한 애매모호한 기분이었다.

약 20분이 지나고 김재원은 입 꼬리를 올려 웃으며 만족스럽게 성진이를 바라보았다.

성진이도 기분이 풀려 보이는 김재원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그럼, 최종적으로 이런 형태로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짰으니 대충 연습이라도 하고 오세요. 그러면 더 순조롭게 진행 될 테니까 ”

“ 예, 알겠습니다. ”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넣은 재원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성진씨를 만나기 전에 다른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워낙 변덕이 심해서 조금 말다툼을 하고

오는 길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표정이 별로 안 좋았던 같네요.

성진씨랑 비슷한 또래라서 괜히 성진씨랑 겹쳐봤습니다. 죄송합니다. ”

“ 아, ...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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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하는 게 없다는 만찢남이라던데 기대하겠습니다. ”

김재원이 털털스럽게 웃으며 치켜세워주자 성진이는 머쓱하게 웃으며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CF 촬영일은 빠르게 찾아왔다.

아니지, CF촬영을 위해 계속 수차례 루프 스테이션을 연습과

오.행.다 촬영 때문에 분주하게 살다보니 시간감각 없이 생활하다

어느덧 CF촬영일이 다가왔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었다.

“ 여기 옷 받으세요. ”

성진이가 받은 옷은 파란색에 바나나가 그려진 털 잠옷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컨셉이라서 잠옷을 입는 것이었다.

“ 머리도 좀 뻗쳐야 일어난 것처럼 보이니까 고데기로 머리 세울게요. ”

성진이가 고개를 짧게 끄덕이자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머리를 매만졌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정말로 자다 일어난 것처럼 머리가 이리저리 뻗쳐있었다.

“ 풉 ”

준우가 그 모습을 보고 물을 먹다 살짝 뿜기까지 했다.

성진이도 웃음이 나오는 묘사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구경했다.

“ 머리 너무 만지지 마시고, 얼굴은 짧게만 화장할께요. ”

화장과 의상까지 모두 마친 성진이는 촬영장으로 향했다.

잘생긴 매력적인 얼굴에 뻗친 머리와 귀여운 잠옷이 매치되자

가슴이 간질되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 연습은 좀 했어요? ”

최호영이 그 모습에 넋을 놓다가 정신을 차리며 성진이에게 물었다.

성진이는 준우를 슥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번 촬영을 위해서 본인도 힘들었지만 그 만큼이나 힘들었던 사람은 준우였다.

밤늦게까지 연습하면 함께 남아야 했고 동선 구상과 음원 체크 모두 준우 혼자 했기에

연습을 많이 안 했다고 한다면 준우는 혀를 내두르며 경악할 것이었다.

지금만 봐도 준우는 지쳐서 눈 밑에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성진이는 그를 보며 웃음도 나왔지만 미안함도 컸다.

“ 저기 저 침대에서 꾸물거리며 일어난 다음에 시계를 보고 급하게 일어나 옷을 갈아입는 걸 짧게 잘라서 찍은 다음에 바로 루프 스테이션 들어갈 거예요. 일단 성진씨가 원하는 대로 동선을 해보시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다시 조정해서 찍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물고 미소 날리는 거 잊지 마시고요. ”

“ 네 ”

“ 옷은 성진씨 나이에 맞게 교복으로 입으시면 되요. ”

성진이는 고개를 끄덕인 뒤 촬영 자리로 가려던 중 김재원이 보여 눈을 곱게 접어 웃으며 인사했다. 그에 김재원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받아주었다.

성진이가 침대에 걸터앉자 푹신한 시트가 푹 들어갔다.

성진이는 그런 침대에 감탄하며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또다시 성진이에게 빠져든 이들이 수없이 많았다.

“ 자,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침대에서 꾸물거리며 일어나 주방으로 나오는 것 까지

레디, 액션 ”

시작한다는 사인이 내려지자 성진이는 집중하며 연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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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없는 만큼 몸동작과 표정만으로 표현해야 했기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성진이가 몸을 꾸물꾸물 움직이며 기지개 피듯 몸을 쭉 피는 등

자연스러운 피곤함을 재현했다.

살짝 인상을 쓰며 눈을 뜨고는 베개를 꼬옥 안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여워 보였다.

성진이는 침대 옆에 있던 캐릭터 자명종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허둥지둥 일어나

당황한 모습을 연출했다.

성진이를 보며 최호영은 입을 호선으로 그리며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

교복을 빠르게 갈아입고 나온 성진이의 단정한 옷차림과 뻗친 머리가 웃음이 나오게 했다.

성진이는 문을 급하게 열고 주방으로 향해 앞치마를 둘렀다.

대사 하나 없는 장면이었지만 바쁜 아침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 컷 끊고 갑니다. ”

“ 후...”

성진이가 안도에 한숨을 쉬며 다음 동선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 박성진씨 ”

음향 감독 김재원이 성진이를 부르며 다가왔다.

“ 아, 네 ”

“ 바로 루프 스테이션 들어갈 겁니다. 이메일로 음악 순서 멜로디는 보내드렸으니 아시죠? ”

“ 네, 최대한 비슷하게 연습했습니다. 아... 근데 살짝 수정한 부분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

“ 이상하면 조정하면 되니까 일단은 해보세요. 루프 스테이션 버튼 누르는 거 잊지 마시고요. ”

“ 하하 네, 알겠습니다. ”

김재원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곧 최호영의 시작 사인이 다시 울렸다.

“ 자, 다시 재개합니다. 루프 스테이션 촬영 시작합니다. 레디 ? 액션. ”

성진이가 엄지와 중지를 맞부딪히며 소리를 냈다.

루프 스테이션 발판을 다시 누르고 계란을 두 번 살살 부딪혀 소리를 낸 뒤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계란을 깨트려 넣자 구워지는 폭발음이 녹음되었다.

소리가 점점 쌓이며 점점 음악이 풍성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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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얼거리는 부드러운 콧노래를 쌓아가며 코러스로 만들어 냈다.

달콤한 미성이 어우러지자 광고가 아니라 무대 하나의 곡을 듣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음식 만들 때 소리가 다양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한 소리가 루프 스테이션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약 1분 간의 루프 스테이션이 끝나고 눈앞에는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때 최호영은 컷 사인을 내려야 하는데 내리지 못했다.

모두 넋을 잃고 성진이와 샌드위치만 바라보았다.

‘ 왜..왜 이렇지.. ’

성진이는 속으로 당황하며 결국 다음 장면을 이어가기로 했다.

샌드위치를 한 손에 들며 한 입을 베어 물자 아삭한 상추소리와

계란의 바삭함이 귀를 강타했다.

저절로 침을 삼키며 먹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켰다.

물론 성진이는 미소를 잊지 않고 상큼함이 넘쳐나는 미소를 지으며

화보 하나를 찍고는 현관문을 열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때는 정신을 차린 최호영은 컷 사인을 내렸고 군더더기 없는 촬영에 몇 명은 박수를 쳤다.

화면을 돌려보던 최호영과 김재원은 멍하니 화면을 집중했고

마지막에 나온 성진이의 미소는 여심이고 남심이고 할 것 없이 마음을 흔들었다.

또 그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는 어떤가.. 나중에 만들어 달라고 하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가만히 화면은 중시하던 김재원은 조용히 최호영에게 말했다.

“ 이번 CF... 대박나겠네요.. ”

“ 그래 보이죠..? 동감이에요.. ”

성진이는 해맑게 웃으며 실수가 없던 것에 기쁨을 느꼈다.

앞으로의 폭풍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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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9-24 13:47 | 조회 : 3,345 목록
작가의 말

모두들 추석 잘 지내시고 계시죵?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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