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28화

성진이는 야외촬영인 ‘카페촬영’을 ‘김지역(홍연우)과 이강현(허장현)이 촬영 배경으로 삼았던 회사 앞에 있는 카페에서 촬영을 옮겼지만 도저히 풀리지 않는 딱딱한 분위기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성진이는 마지막으로 대본을 슥 훑으며 카페 문 앞에 섰다.

성진이는 카페 알바생역으로 주문을 받다가 이강현(허장현)을 만나는 장면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성진이에게 푹 빠져서 가득히 몰려들었고 스태프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 힘썼다.

“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씬 31 이강현과 박성진 카페에서’ 레디.. 액션”

성진이는 카페 문을 가볍게 열고 들어가자 맑은 종소리가 카페를 울렸다.

“ 사장님 저 왔습니다. ”

성진이가 하얀 이가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사장님(단역배우)에게 인사하며 카운터로 향했다.

성진이의 확 변한 표정과 눈부신 웃음에 순간 사장역을 맡은 단역배우는 실수를 할 뻔한 것을 겨우 넘겼다.

“ 성진이 왔냐? 어서와 가서 옷 갈아입고 얼른 나와라?”

“ 옙~”

성진이가 옷을 갈아입으려 자신의 개인 캐비닛을 열어 후드티를 벗었다.

그러자 뒷모습만 찍고 있던 카메라에 성진이의 맨 등이 그대로 찍혔다.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성진이 본인도 당황했지만 상의 탈의만 찍는다고 했으니 나름 차분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성진이의 등에 있는 잔근육이 헉소리나게 멋있었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없지도 않은 딱 보기 좋은 근육이었다.

그것을 찍던 카메라맨은 저도 모르게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다.

성진이가 상의를 입고서 허리에 카페 앞치마를 둘렀다.

옷을 다 갈아입고서 성진이는 문을 열고 사장님에게 다가갔다.

“ 오늘은 여기서 주문을 받아라 ”

“ 알겠습니다. ”

성진이는 카운터에 서서 주문을 받았다.

감독이 손짓으로 허장현에게 들어가라는 표시를 냈고 허장현이 카페의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 어서오세요. ”

성진이가 가볍게 인사하고 대본의 지문대로 손을 닦던 수도꼭지를 잡구고 물기 묻은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주문대 앞에 섰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감독과 작가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장현이 날카로운 눈매를 흘리며 사나움을 보였다.

성진이는 그 모습에 잠시 그를 바라보지만 별 이상을 느끼지 않고 물었다.

“ 주문하시겠어요? ”

“ 아메리카노랑 야채 샌드위치로 주세요. ”

“ 아메리카노는 따뜻한 것과 차가운 것 둘 중 하나로 고르실 수 있습니다. ”

“ 따뜻한 걸로”

“ 5200원입니다. 드시고 가실거죠?”

성진이에 말에 카드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이는 카드를 긁고서 돌려주었다.

“ 여기 진동벨 받으세요. ”

성진이는 진동벨을 넘겨주고 몸을 돌렸다.

‘ 후...성진씨가 잘해야 할 텐데’

이 장면은 사실 감독과 작가 모두가 살짝 걱정되는 장면이었다.

성진이가 요리하는 장면을 담는 씬이였는데, 특별히 요리에 대해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기에

잘 하기를 바라지 않고 제발 보통 수준만 해주기를 바랐다.

성진이는 서랍을 열어서 식빵을 꺼내어 껍질 부분을 칼로 거침없이 잘라냈다.

빵 껍질 부분을 버리지 않고 옆에 몰아둔 뒤 토스트 기계에 식빵을 올려 눌러 두었다.

성진이는 마치 제 집처럼 익숙하게 냉장고 문을 열어 달걀을 2개 꺼낸 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계란을 한 손으로 까며 지글지글거리는 맛있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성진이의 요리하는 움직임이 리듬감이 보이자 감독과 작가 스태프, 배우들도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콧소리까지 흥얼거리며 요리를 하는 성진이는 그 누가 보더라도 즐거워 보였다.

아까 모아두었던 빵 껍질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버터로 바삭하게 프라이팬에 굽자

고소한 향이 카페 안을 가득 채워서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휘핑크림을 작은 그릇에 뿌려서 카라멜 시럽을 그 위에 뿌려서 빵에 찍어 먹도록 만들었다.

채소를 씻는 소리와 지글거리는 소리가 괜히 기분 좋게 했다.

“ 접시가~ ”

성진이가 육성으로 말하며 찬장에서 예쁜 접시를 꺼내 프레이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 카페에 원래 점장도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매일 저 빵 껍질을 처리하기 힘들어서 버리기 일쑤였는데 요리를 1번 더 해서

버리는 부분 없이 만든 점은 충분히 배워야 하는 모습이었고 저렇게 빠르고 깔끔하게

요리를 하는 모습은 배우가 아니라 요리사처럼 보였다.

심지어 프레이팅 한 저 샌드위치까지 정말 인터넷에서나 보았던 요리처럼 보여 감탄이

절로 나왔다.

성진이는 커피를 많이 내려본 적은 없지만 옛날에 카페 알바할 때 배운적은 있었다.

커피까지 다 내리자 성진이는 아까 허정현에게 주었던 진동벨을 울렸다.

자리에 앉아 벙 찐 상태로 성진이를 보던 허장현은 손에 들렸던 진동벨에 지잉하고 울리자

화들짝 놀라 육성으로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다행히 지르지 않았고 카메라도 이쪽을 찍지 않고 있어서 NG가 나지 않았다.

“ 여기 주문하신 커피와 샌드위치 나왔습니다.”

성진이가 쟁반에 샌드위치와 휘핑크림, 커피를 올려 내밀었다.

허장현은 대본과 상관없이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목젖이 위 아래로 그도 모르게 움직였다.

허장현만 아니라 그것을 보던 사람들 모두 침을 삼켰다.

허장현은 속으로 이 음식을 자신이 먹는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허장현이 테이블에 앉아 먹는 동안에도 연기를 계속하며 뜨거운 커피를 조용히 마셨다.

그 모습이 위엄있어 보였기에 저절로 시선이 따랐다.

성진이도 자신의 연기에 충실하며 허장현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감독은 아까 홍연우 때문에 푹 가라앉던 기분은 어디로 갔는지 눈을 반짝이며 성진이와

허장현을 보고 있었다.

기분좋게 ‘ 컷! 오케이’를 날린 감독 병지원은 웃었다.

“ 어라? 상하씨 아직 안 들어오지 않았어요?”

성진이가 다행히 다시 힘이 도는 촬영장 분위기를 보고 안심하며 물었다.

대본대로라면 상하가 성진이를 보러 카페에 놀러와 달달한 커플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아직 남았다.

“ 다 이어서 하면 혹시라도 NG났을 때 곤란하니까 1번 끊고 가려고요. ”

감독이 아까와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촬영된 장면을 보고 있었다.

그에 안심하며 성진이는 긴장했던 손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 이야 요리 엄청 잘하는데 진짜 맛있어”

허장현이 입에 샌드위치 한 조각을 우물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말에 다들 맞장구치며 끄덕였다.

“ 전 성진씨가 그냥 보통수준만 해줬으면 했는데 너무 요리 잘하는데요?!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워요!!”

작가 서채원이 병지원과 다름없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던 표정은 지우고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 저 정도면 보통 수준이죠 뭐. 샌드위치 하나 만드는게 뭐 어렵나요?

성진씨도 그렇게 생각하죠?”

그 모습을 아니꼽게 보던 홍연우가 어깨를 으쓱이며 악의 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럴 때만 본다면 연기력이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그 말에 갑자기 조용해진 촬영장은 홍연우에게 시선이 향했다.

작가는 그 모습에 미간을 좁히며 가늘게 홍연우를 바라보았다.

대체 저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여긴 그들만 있는 실내촬영이 아닌 외부인들도 함께 있는 야외촬영이었다.

그들끼리만 있는 실내촬영이라면 TT기획사라는 명목으로 막으면 되지만

야외촬영은 그야말로 생방송과 같은 수준이었다.

수많은 눈들이 우리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로 대박 나거나 끝장나거나 혹은 그 무엇도 되지 못하는 위태로운

직업인 연예인들은 무엇보다도 이미지 관리가 중요했다.

아무리 큰 인물이고 큰 회사라 할지라도 ‘사람들’을 이길 순 없었다.

순식간으로 퍼지는 글들과 귀에서 귀로 넘어가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또한 사람들이 힘을 합친다면 무력 또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연예인이자 배우인 홍연우가 일반인들도 한 눈에 알아볼 만큼 저리

거슬리게 말하는 것은 놀랍다 못해 황당했다.

그녀의 예상이 적중했는지 촬영을 구경하던 사람들의 입에서

‘ 저 사람 뭐야?’ ‘ 시비?’ 등 서로의 입이 남에 귀로 이야기를 전하고 또 전하며

점점 웅성거림이 커졌다.

그럼에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웃고 있는 모습에 그야말로 근자감의 표본이었다.

‘ 아니지...저건 그냥 멍청한거야..’

서채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 숨을 쉬었다.

성진이 본인도 느껴질 만큼 불쾌한 느낌이 들었기에 홍연우가 썩

좋지 못했다.

아까부터 계속 촬영장 분위기를 흘리는 것도 그렇고 이러다간 모두에게 피해가 클 것 같았다.

성진이는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홍연우에게 다가갔다.

“ ? ”

성진이가 홍연우에게 다가가자 혹시 싸움이라도 나는 것일까 싶어 표정에 다들 걱정이 서렸다.

성진이는 홍연우 앞에 서서 눈을 접으며 미소지었다.

“ 홍..연우씨 맞죠? 맞습니다. 저런 요리 정도야 보통수준이죠 ”

성진이의 말에 흡족한 듯이 홍연우가 입꼬리를 올려 ‘역시 그렇지?’라며 급기야 반말까지 하고 있었다.

“ 인사도 못 했었는데.. 반갑습니다. 전 박성진이라고 합니다. ”

성진이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자 홍연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손을 맞잡아 악수했다.

☞「언령Lv.2」가 발동되었습니다.☜

성진이는 그 알람을 보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 서로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이니 만큼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해요.

서로 기분좋게 촬영하면 좋잖아요? 아셨죠? 진지하고..성실하게”

“ 아...ㅇ...예..”

홍연우가 멍하게 서있었다.

성진이는 악수하던 손을 떼고서 몸을 돌려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스태프들과 허장현, 박지운, 송서혜, 김대원, 서민수와 병지원, 서채원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지만 급 조용해진 홍연우를 보며 약간의 통쾌함을 느꼈다.

딱히 싸움을 이르킨 것도 아니고 욕을 하기는커녕 그냥 인사했을 뿐이니

성진이가 잘못을 한 부분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호감이 올라갑니다.」

성진이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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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25 18:56 | 조회 : 3,402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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