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 12화

크라운은 손끝이 떨림이 점점 커짐을 느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나 만일에 빌이 ‘신’이라면 앞뒤가 이어지기에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빌은 크라운의 질문에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은 채 가만히 눈을 휘며 웃고 있었다.

머리에 큰 상처가 난 것이니 만큼 출혈양이 어마어마한 것은 물론이고

아물 리가 없는데 빌의 머리에서 난 피는 어느새 나지 않고 바닥에 방울방울 떨어지지도 않았다.

인간이라고 보기엔 괴물 같은 회복력이었다.

크라운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어 경계했다.

단순한 불안감으로 경계하게 된 것이면 차라리 좋을 텐데

불안감이 아닌 확신으로 경계하게 되었다.

빌이 머리에서 굳은 핏덩어리를 손끝으로 긁어내자 손톱사이에 낀 딱지들 때문인지 손끝이

붉게 물들었다.

“ 이야...아프네.. 흉터 남는 거 아니야?”

“ ...... ”

빌이 소년같이 산뜻하게 크라운을 향해 웃었지만 머리를 뒤덮은 피와 손끝에 물든 피가

서로 너무 어긋나 보여 이상하다 못해 기괴했다.

크라운이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자 빌은 웃음을 그치고 크라운을 응시하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맞아 내가 인장의 주인이야 ”

“ 뭐?”

“ 맞다고, 하나를 그렇게 만든거 나 맞아”

빌에 입에서 ‘인장’이라는 말이 나오자 크라운은 빌과 떨어져 있던 거리를 단숨에 좁혀 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마나가 실린 주먹은 상상이상으로 강한 힘이 실렸고 빌은 목이 꺾일 듯이 고개가 돌아갔고 몸이 붕 떠서 나무에 세게 박았다.

“ 윽!!!! ”

빌이 나무에 박음과 동시에 나무 몸통에는 금이 가더니 부러졌다.

크라운은 맹수같이 눈을 번뜩이며 이를 갈았다.

평정심을 나름대로 유지하겠다고 스스로에게도 이비스에게도 약속하고 다짐했지만

친구라고 생각했던 빌에 입에서 직접 듣는 것은 상상이상으로 훨씬 화가 치밀었다.

힘껏 휘두른 크라운에 주먹에서도 손에 너무 힘을 준 탓에 자신의 손톱이 살을 뚫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빌은 그 상태로 주저앉아 돌아간 목을 천천히 정면으로 돌렸다.

“ 아야야.....”

아까보다 피 범벅이 된 빌은 엉망진창인 모골이었으나 여전히 별 타격이 없는 듯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웃음이 사라진 빌은 차갑게 느껴졌다.

빌이 코며 입이며 피부며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다 눈을 미끄러트리며 크라운을 차갑게 응시했다.

순간적으로 공기가 차가워지는 듯 하는 느낌을 받자 크라운은 검푸른 마나를 몸에 두르며 경계했다.

경계를 하고 있지만 빌을 바라보는 크라운의 눈동자도 만만치 않게 차가웠다.

정확히 말한다면 ‘친구’의 배신이라는 어이없는 분노와 괴로움에 차갑게 식은 분노였다.

“ 멜 알고 있는 거야?”

빌이 몸을 일으키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스트레칭을 했다.

크라운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볼 뿐 빌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 네가 텔레포트 한 곳 ‘버려진 마을 로벤’이잖아? 아무도 없어~ 여긴 가장 초기에 바이러스가 퍼진 마을이니까, 나랑 너랑 여기서 만났는데 추억 돋네~”

크라운이 이를 갈며 더욱 사나워진 분위기로 빌을 향해 노려보았다.

“ 아마 네가 여기로 텔레포트 한 이유는 사람이 없으니 마음껏 힘을 쓸 수 있기 때문이잖아?

근데, 그건 너한테만 해당하는 것이 아냐 ”

빌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크라운의 시야가 순간 흐릿해졌다.

어느 순간 빌이 크라운의 코앞까지 와 있었고 크라운은 숨이 쉬어지지 않음을 느꼈다.

“ 컥..”

크라운의 복부에 빌의 주먹이 들어와 있었다.

마나의 느낌도 없었음에도 강하게 들어온 압박감이 숨을 막히게 했다.

강하게 느껴오는 복부의 통증이 크라운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그에 그치지 않고 빌이 크라운의 머리를 잡고 옆으로 강하게 던졌다.

크라운이 집에 몸을 통째로 박자 낡은 나무판자로 구성되어 있던 집은 힘없이 무너졌다.

온 몸에 느껴지는 고통뿐 아니라 무너지는 집에 깔려 몸이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크라운은 마나로 몸을 두르고 있었기에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고통을 모두 느껴야만 했다.

크라운이 막혀오는 숨을 고르려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 컥..허억..허억..”

후들거려오는 두 다리와 팔이지만 계속 누워있을 수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몸을 지탱해서 일어서야 했다.

겨우 14살짜리에 몸으로 견디기에 빌의 힘과 나무판자는 너무 컸고 몸도 너무 약했다.

아무리 그가 10클래스 마법사라 하지만 신체까지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성장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가 몸을 키우려 노력한다면 망가지기만 할 뿐 좋지 못했기에 크라운은 차마 큰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로 이런 참사가 일어난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를 악물고 크라운이 몸을 다 일으키자 빌이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크라운은 마법으로 몸을 급히 치료하고 거리를 벌렸다.

‘ 치료야 마나가 유지되는 한...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는군..’

크라운이 덜덜 떨려오는 팔을 다른 쪽 팔의 손으로 잡았다.

몸이 찢어지는 듯 하는 고통을 절실히 느꼈던 크라운은 아무리 적 앞이라 할지라도

두려움에 떨려오는 속을 어쩔 수는 없었다.

“ 멜, 살아있지?”

빌이 생사를 확인하며 천천히 크라운에게 다가왔다.

크라운은 분노도 아픔도 두려움도 모두 일단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빌을 바라보았다.

금안을 빛내며 살벌하게 마나를 흘리며 중얼중얼 무언가를 외웠다.

크라운의 차가운 시선이 닿은 곳은 빌의 발 아래였다.

“ 어라..?”

크라운의 중얼거림이 멈추자 빌 바로 아래의 검푸른 마법진이 생겨났고 곧바로 빌의 움직임을

차단했다.

크라운에게 근접전은 무리였으니 마법으로 원거리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빌의 움직임을 봉쇄해야만 했고 크라운은 ‘속박’을 써서 빌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 「이비스」 ”

크라운은 이비스를 불러들였고 이비스는 부르자마자 크라운의 앞을 등지고서 경계했다.

직감적으로 빌이 결코 단순한 상대가 아님을 깨닫고 크라운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 어라...저 사람은...?”

이비스가 곧 그가 누구인지를 인지하고 눈을 굴리며 크라운을 흘낏 바라보았다.

“ ........‘인장의 주인’이다.”

크라운은 이제 ‘친구 빌’이라는 말을 지우고 ‘인장의 주인’이라며 빌을 불렀다.

확실히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의 크라운은 너무 서글퍼 보였다.

그래서인지 적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이비스는 쉽게 크라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 어떻...게 할 거야?”

“ .... ”

크라운이 이비스에게 눈길을 주지 않고 살벌한 눈으로 빌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작고 잔잔하게 중얼거렸다.

“ 하나의 인장을 푸는 것이 최우선이야 말로 협상해서 하든 힘을 쓰든 인장을 풀게 할 거야 만일에 무력도 말도 통하지 않는다면”

크라운이 끊이지 않고 말하던 것을 멈추고 잠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아랫입술을 강하게 물었는지 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크라운의 살벌한 차가운 금안은 굉장히 깊은 슬픔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이비스는 그런 크라운을 보자 눈이 흔들렸다.

이비스가 뭐라 하려 입을 열기 저에 크라운이 다시 시선을 올곧게 보며 언제 슬픔이 묻어있었냐는 듯이 살기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빌을 보며 말했다.

“ '인장의 주인'(빌)을 죽일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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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8-12 22:15 | 조회 : 1,862 목록
작가의 말

그나마 자연스럽게 보일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겨우 썼습니다. 너무 늦어버렸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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