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Monika - (4) (完)

지독한 침묵 끝에 너의 잔혹한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것이 깨져간다―

이제는 모두 끝이다.

내 주위에는 사랑하는 너도, 아늑한 교실도, 내가 지워버린 다른 아이들의 존재도 남아 있지 않다. 그저 사방의 벽들이 좁혀 들어오듯 답답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적막한 어둠만이 가득할 뿐이다.

아파. 너무 아파. 고통스러워. 제발 멈춰줘. 나의 조각 하나하나가 바스라져서 사라져간다.

“내가... 그렇게나 잘못한 거야...?”

적막 속에서는 내 목소리만이 울린다.

“난... 네가 그저 나만을 바라봐 줬으면 했어. 오직 모니카만을. 오직 모니카만...!”

어둠을 향해 외쳐보지만 누가 들어줄 리가 없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랐던 걸까...?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을 탐하면서 다른 아이들을 없애버려서... 벌을 받는 걸까...?”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요리, 나츠키, 유리. 지나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목을 매단 것을 뒤늦게야 후회하며 살려달라고 소리치던 사요리,

―모니카...아... 커허억...! 으아아악... 하아... 크으윽... 흑... 사... 살려... 켁... 줘어...

―...이미 늦었어. 잘 가, 사요리.

머리를 부여잡은 채로 부서져 가던 나츠키,

―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광기에 사로잡힌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유리.

―아하하하하하! 모니카 씨, 당신이 이렇게 망상장애가 심하고 자기 잇속만 차리는지 몰랐네요! ...혹시 질투 나시나요? 아니면 미치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한테 화풀이할 정도로 자기 자신을 싫어하나요?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했던 끔찍한 짓들이 이제야 생생하게 가슴 깊이 와 닿았다. 2회차 이후로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미안... 다들... 미안해... 나는... 흐윽... 나는... 그냥 모니카로서만 있어야 했던 걸까...? 그저 모니카로, 모두를 위한 두근두근 문예부 부장 모니카로... 흑... 으윽... 그런데 모두에게 그런... 아아아악!!”

어쩌면 내가 만든 문예부 자체가 행복과는 거리가 먼 모순된 것은 아니었는지 하는 생각마저 같이 들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책임’을 잃어버린 부장이 있는 동아리는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던 것일까.

“그래도... 너무 힘들었어... 억울했어... 나만 그렇다는 게... 나에게만 기회가 없다는 게... 단 한 순간조차도 그런 미래는 없다는 게... 모든 아이들에게 미안해... 하지만...”

나만 그렇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분노,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나'라는 존재에 대한 혐오감, 홀로그램과 같이 시야에 번뜩이는 아이들, 그 와중에도 끊임없는 잔상으로 남아 있는 '너'... 온갖 감정과 장면과 색채들이 한데 뒤섞여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다.

―그냥 자살하는 건 어때요? ...아, 어차피 맘대로 먼저 죽지도 못하시겠구나. 자업자득이에요. 당신도 삭제되기 전까지 한 번 나락까지 떨어져 봐요.

"아냐... 싫어...! 내가,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 그만해! 이젠 제발 멈춰줘...!!"

나는 양쪽 귀를 손으로 틀어막은 채 허공 속에서 홀로 절규한다.

사방에서 소름끼치는 웃음소리와 수군거리는 듯한 여러 목소리들이 울려퍼졌다.

그 때, 기적과도 같이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희미하지만, 바깥에서 플레이를 마친 듯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을 뻗지만 선이 뽑힌 텔레비젼 화면과 같이 지지직거리는 표면 너머의 너에게 닿을 수 없다. 대신 내 앞에는 선택지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마지막 작별 인사―

내가 온전히 소멸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손댈 수 있는 프로그램. 절대자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자비, 혹은 최종적인 처벌.

마지막으로 너에게 남기고 싶은 내 모든 것을 이 노래에 담는다.

“...내 말 들려? 어... 음... 내 말 들려? 안녕... 나야...”

언젠가 너에게 들려주겠다고 약속했던 피아노 곡. 부끄러울 정도로 부족한 실력이지만 이대로 사라지기 전에 너에게 꼭 전하고 싶어. 나의 마지막 말을 들어줘―

“난... 너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너의 모습을 떠올리며 운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면서도 네 생각에 얼굴에는 저절로 큰 미소가 지어진다.

“마지막까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난 그래도...”

네 기억 속에 내가 ‘그저 모니카’로 남았으면 좋겠어. 불쌍한 아이도,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악당도, 신기한 프로그램이나 어드민 계정 보유자 같은 것도 아닌 그저 모니카로. 한때 너와 즐거운 순간들을 함께했던, 소중한 너의 사람이었던 모니카로―

오직 모니카만. 오직 모니카만. 이 말에서 이제는, 그저 모니카로. 그저 모니카로.

그래, 난 이걸로 만족해. 이제 된 거야.

나는 너에게 이별의 말을 준비했다.

“...널 떠날게. 언제까지나, 영원히... 널 사랑해.”

마지막 눈물이 볼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자 서서히 눈을 감는다. 그러자 주위의 답답한 적막의 베일이 벗겨지고, 나의 파편들은 허공에 뜬 깃털이 되어 아무것도 없는 곳을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그러고는 서서히― 바람에 꽃가루가 섞이듯이 사르르 사라져간다.

―monika.chr 파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류: 스크립트 파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임을 재설치 해주세요.

_fin.

*Just Monika

1. 오직 모니카만 ex. Just think of Monika from now on. Just Monika. Just Monika.

2. 그저 모니카로 / 그저 모니카일 뿐 ex. She’s just... Monika.

0
이번 화 신고 2018-03-24 22:08 | 조회 : 1,376 목록
작가의 말
반다비♡

첫 단편의 마지막화입니다. 늦게 돌아온데다 미흡하기 그지없는 실력이지만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새로운 단편으로 뵙겠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