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엄마, 악마라는 게 있어?"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마라,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그렇게 말할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야속한 건지 동심을 지키려는 건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
"그럼, 엄청 나쁘고 무서운 거지. 사람들이 신의 뜻에 반하는 나쁜 짓을 하게 만들거나, 자기도 나쁜 짓을 한대. 옛날 책에서는 아이들을 잡아가서 피를 빨아먹기도 한다는구나. 그러니까, 오늘처럼 지각하면 돼, 안 돼?"
단순히 아이를 얼르려는 거였나. 하지만 최소한 난 사람 피를 빨아먹지는 않아. 그런 악마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워낙 별종이 많긴 하지만, 우린 악행을 먹고 살 뿐이지, 악행을 저지르진 않아서.
이곳도 재미없다. 단란한 가족은 사랑스럽지만 내 가족도 아닌데 뭐. 나는 지붕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쥐가 있나?"

상공을 날 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맛있는 냄새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 감옥에서도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있지는 않았다. 폭행, 폭언, 좌절, 불행, 간섭, 추행... 말도 안 되게 많은 것들이 섞여 있다. 여기는 어디지? 그러고 보니 이 냄새에 홀린 듯, 너무 많이 와 버렸다.
건물이 크다. 큰 건물이 많은 곳은... 네오라고? 그렇게 멀리 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출발을 카우제에서 했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니.
네오는 사산의 뒤쪽에 있는 도시국가다. 사산은 금풍제 때 마법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사실 사산은 충조 견명인의 견씨 왕조부터 마법을 많이 견제했다. 그러다 보니 기술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마법이 생긴 이후부터 마법의 아류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마법을 발견한 이들을 증오하는 기술자들도 많이 있었고, 그들이 만든 도시국가가 바로 네오였다. 그러나 마법에 대해서 별 증오심이 없는 일반인들이 마법을 증오하는 이들과 굳이 상생하려 하지 않아서, 그들은 마법사들이 없는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곳이 이곳 네오가 있는 어둠 분지다.
네오는 기술도시로 이름을 알렸고, 마법에 질린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그들 역시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어쨋든 그들도 먹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관광객들과 입주민들은 기술에 익숙해져 돌아갔고, 그것은 네오의 기술력이 전국으로 수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천대받던 기술이 마법과 상생하는 것으로 변모하는 과정이 되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네오의 기술자들도 점차 마법에 문을 연다. 이 역시도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네오는 기술과 마법의 결합을 꿈꾸게 되었는데, 이 덕분에 네오에 분자학 붐이 일면서 마법의 기초 입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를 '마법자'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검은 구슬의 조각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이 마법자라는 입자의 발견은 네오에 큰 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마법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발견되고, 증폭기부터 시작하여 많은 기술들에 마법이 곁들여지며 네오는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제 1차 결합산업 혁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네오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이 네오로 몰리기 시작했고, 임금이 저하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네오의 기술자들은 그러한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면 그들이 자랑하는 기술의 품질은 무조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애초 자본주의의 최대 문제점 중에 하나가 그것이 아니었던가. 부익부 빈익빈을 직접 경험해 본 그들로서는 절대 달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들은 의회를 만들기로 결정했으나, 그들의 권리마저 잃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은 기술자들을 필두로 한 의회 '기술자연맹'과 함께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말할 수 있는 '근로조합'을 만들어냈고, 몇 가지 법률을 정함으로써 가능한 한 발전을 장려했다. 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죽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 하지만 그들은 기술자이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그들은 죽을 때까지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첫 번째 '기술자연맹'의 맹주들은 '원로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희대의 난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무 데도 없는 곳으로 떠났다. 원로원들은 존경받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뛰어넘을 인재가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기술자연맹과 근로조합은 서로 싸우기만 하는 쓸모없는 집단으로 변모했는데, 이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그 시류에 편승하여, 좋은 직장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커져만 갔다. 어느 순간부터 직업전문학교라는 것이 생겨났고, 아이들은 그곳에 들어가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꿈을 위해서 사람들은 계속 늘어만 갔다. 문턱은 좁아지고 땅도 좁은데 사람은 많다. 어둠 분지의 그 어떤 산보다도 높은 공동주택이 생기게 된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냥 가정집일 뿐이야. 이렇게 이상한 기운이 많을 리가 없어.
나는 한 공동주택 앞에서 멈춰 섰다. 공기가 이상해. 스산한 기운이 들었다. 평상시면 기뻐했겠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후읍. 심호흡을 했다.
"드러내라."
자주 하는 주문이었다. 그냥 숨겨진 수식 같은 걸 밝혀내는 주문. 하지만 격렬한 저항이 있었다. 검은 날개가 흩날리고, 불빛이 번쩍였으며, 그 불빛은 공기를 연소시켰다. 곧이어 푸른 광택이 진 형체가 흩뿌려졌고, 결계와도 같은 그것이 나타났다.
"우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게 뭐야."
무지갯빛 기운이 공동주택을 감싸고 돌았다. 그 기운은 산 하나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으며, 잡아먹힐 만큼 무시무시했다. 그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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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2-10 22:03 | 조회 : 1,303 목록
작가의 말
제비교수

판타지체 진짜 힘드네요. 근데 수능 끝나고 나니까 문체가 너프당해서 저런 거 밖에 안나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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