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愛憎 애증(3)

“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거든?”

시각적으로는 가려진 게 없었기에 무리 없이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게 보이는 그의 얼굴을 마주 보며 잔뜩 낮아진 목소리로 경계하듯 물음을 던졌다. 장난스러움이 담긴 그의 목소리는 글쎄, 라고 중얼거리다 이내 옅은 웃음을 터뜨리며 답을 들려주었다.

“굳이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곧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무엇인가를 한참이나 찾는 듯이 뒤적거리던 그가 이내 굽혔던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몸을 돌렸고 보란 듯이 무언가를 들며 시선에 비춰주었다. 둥근 형태로 생긴 무언가의 모습. 빛이 들지 않아 그저 어둡게 형태만 흐릿하게 보이는 물건에 눈을 찌푸렸다. 눈을 찌푸리는 반응을 눈치 빠르게 잡아낸 그가 아, 라며 짧은 중얼거림을 내뱉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스탠드의 불빛을 밝히려는 듯 손을 뻗었다.
딸깍,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어둠으로 물들었던 방안을 메워나가는 은은한 주황빛.
주변이 밝혀지자 그제야 흐릿하게만 보이며 어둠에 모습을 숨겼던 물건이 제대로 보였다.
분홍색의 둥근 모양인 그것은 딱 보아도 플라스틱 재질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게 뭔데? 뭐 하려고.”

상표명도 적혀있지 않고 아무런 글씨조차 새겨져 있지 않은 물건, 그 내용물로 무엇이 들어 있는지 추측할 만한 흔적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으로 뭐냐는 물음을 그에게 내던지며 경계 가득한 눈으로 바라볼 뿐.
그러자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와 시선을 마주하며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통을 가볍게 흔들었다.

‘출렁이는 소리가 없는 걸 보면 고체인가? 아니면 농도 짙은 액체?’

그가 흔들어댄 통에 시선을 고정하며 곰곰이 생각에 빠지자 녀석은 생각은 그만하라는 듯 들고 있던 통을 테이블 위로 내려두었다.
소리 없이 흰 정장을 벗어 테이블 한 곳에 걸쳐두던 그는 천천히 붉은 입술을 열었다.

“탐정 씨. 지금 내가 뭘 하려는지 전혀 파악이 안 되는 거지?”
“잘 알고 있네. 사람을 이렇게 묶어두고 뭐 하려는 속셈이야?”

그 말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글쎄, 라고 말하던 그가 천천히 숨을 내뱉으며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몸을 돌려 시선을 맞춰왔다.

“그건 비밀이지. 기다려보면 알게 될 거라고 했잖아. 무엇보다 그렇게 날이 잔뜩 서서는 경계하는데 쉽게 가르쳐주고 싶겠어?”
“경계하는 이유를 몰라서 물어? 탐정과 괴도의 관계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조금은 서글픈 눈빛을 지으며 바라보던 그는, 어느샌가 가까이 다가와 입술을 달싹였다.

“섭섭하네, 난 그래도 네가 내 고백에 대해 좋다고 대답해 주길래 너도 같은 마음이라고 받아들였어. 근데 그게 아니었나 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그의 말에 왜인지 마주친 시선을 피해버렸고, 그런 모습에 그는 옅은 웃음을 흘리며 언성을 높인 채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저 한순간에 감정을 내보인 좀도둑의 마음을 완전히 흔들어서 무너뜨리려던 거냐고.”

자꾸만 이상하게 생각하며 상황을 꼬아버리는 그의 말에 이를 부득 갈며 피했던 눈을 노려보듯 뜨며 그를 쳐다보았다. 천천히 숨을 내뱉고는 그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할 때쯤 낮고도 무거운 어조로 그의 말을 막아내었다.

“말이면 다인 줄 알고 그렇게 막말하는 것 같은데, 오해하지 마. 그런 식으로 사람의 대답을 왜곡하며 받아들이지 말라고.”
“그럼 그때의 네 대답은 뭐고 지금의 네 행동은 뭔데, 전혀 일치되지 않잖아.”
“네 고백에 대한 답을 추려내기까지 나도 많은 고민을 거쳤어. 그게 뭔 뜻이지는 눈치 빠른 네가 더 잘 알 거잖아.”
“그게 거짓이 아닌 진심이라면 지금의 상황은? 왜 그렇게 날이 선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는 거냐고.”

그의 말에 크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

“하, 그럼 난데없이 눈 떠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움직이지조차 못하면서 가만히 눕혀진 상황에 아무런 경계도 안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제야 경계를 갖추는 이유를 알았다는 듯이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입을 다무는 그.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며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진짜 보석 훔치거나 할 때는 눈치도 빠른 녀석이 이런 곳에서는 눈치가 없어.”
“에이, 사람이 너무 완벽해도 못 쓰는 거라고 했어.”
“완벽해져서 쓸데없도록 바뀌었으면 좋겠네.”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러지는 말라는 듯이 시선을 맞춰대며 말하던 그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는 뜻으로 묶어놨던 건 풀어 줄 테니까, 기분 풀어라. 응?”

그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망설이다 이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이 자유로워진다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처할 수 있을 거니까.
고갯짓의 의미를 알아챈 그가 눈웃음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
줄을 풀기 위해 손을 뻗는 그의 행동, 그리고 이내 팔과 다리에 닿아오는 그의 손길.
이상하리만치 부드럽고도 따뜻한 그 촉감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그를 올려보았다.
그러자 줄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그가 시선을 맞추며 부드럽게 눈웃음을 지었고 그 행동에 괜히 제 입술을 굳게 다물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 괜히 간지럽다고.”

그가 듣지 못하게 혼잣말을 하는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마지막 줄을 풀어 내던지며 한숨을 쉬는 그다.

“너, 말을 할 거면 대놓고 하던가 사람 궁금하게 만들래?”
“내 마음이거든, 좀도둑 씨?”
“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한테는 괴도키드나 좀도둑이나 같아.”
“거참 말 심하게 하네. 명탐정, 좀도둑이 나처럼 멋지게 보석 훔쳐내는 거 봤어?”
“좀도둑한테 행글라이더 주고 훔치라고 하면 그게 키드지. 별다른 거 있냐?”

조금은 어이없다는 듯이 허탈한 웃음을 짓던 그가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그래도 참으려고 했는데, 탐정 씨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못 참지.”
“네가 참아봐야 뭘 참는다는 거.!”

차마 말을 끝내기도 전 엷게 미소를 지으며 난데없이 허리를 감싸는 그다.
무슨 짓이냐며 자유로워진 손을 움직여 그의 어깨를 잡았으나 소용없다는 듯이 허리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실으며 당겨대는 그.
그리고 어느샌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품에 안겨진 자신의 상황에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망할, 이게 무슨 짓인데?”
“우리 명탐정 씨, 원래 이런 단어 쓰셨던가?”

능글맞게도 웃으며 시선을 맞추던 그가 한 손을 움직여 뺨을 어루만지자 이상하게도 자꾸만 간질거리던 몸이 더욱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행동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자 제 입안을 물며 정신을 일깨웠으나, 제대로 작성한 것인지 이젠 끌어안아 받치고 있던 손까지 움직여대며 허리를 어루만졌다.

“너, 이런 거 좋아하는 놈이었냐?”
“글쎄, 좋아한다고 해도 이미 너랑 나는 사귀는 사이니까 괜찮은 거 아냐?”
아, 물론 비공식적인 사귐이지만. 아쉽다는 듯 눈매를 풀며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는 그의 모습이 왜 풀죽은 강아지처럼 보이는지 모르겠다.
왠지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녀석의 행동을 다 받아들일 것 같아 고개를 돌리자 다시 뺨으로 따뜻한 체온이 맞닿아 전해졌다.
그렇게 한참이나 부드럽게 뺨을 감싼 채 어루만지던 손길이 어느샌가 다시금 그와 시선을 마주하도록 이끌었다.

‘바보같이 싫다는 소리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거, 이상하게 보이잖아.’

머릿속으로 그의 행동에 그저 가만히 따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이마에 부드럽게 닿아오는 촉감.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눈매를 휘며 눈웃음을 짓는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너무나도 예쁜 웃음. 아니 평소에도 예뻤다.
가만히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던 중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입술을 다물다 이내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며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그러자 무슨 일이냐며 시선을 맞추던 그가 장난스럽게 입을 달싹이며 물었다.

“탐정 씨, 혹시 내 얼굴에 반한 거야?”

난데없이 치고 들어오는 그의 물음에 떠올랐던 생각을 급히 접어버리며 날카롭게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뭐래. 아니거든?”
“그렇지만, 아니라고 하기엔 아까부터 내 행동을 너무 잘 받아주고 있는데.”

아니라며 입을 열자 그가 엷게 웃음을 지으며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옮겼다.
한 손으로는 감싸 안은 허리를 연신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남은 손으로는 그대로 제 뒷머리를 끌어안아 부드럽게 입술을 포개는 그였다.
허리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감싸져 그에게 밀착되어 맞닿아진 상황.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뒷머리를 어루만지며 포개어져 닿은 제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떼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놓고 멋대로는 안 하겠다는 거라면 그건 무슨 의미일까. 문득 그의 행동에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혹, 스스로 받아주길 원하는 건가.
가만히 그의 얼굴을 응시하다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른 숨이 현재 자신의 상황을 그에게 드러내는 듯하다.
얼른 말을 해달라는 듯 제 입술을 빤히 바라보는 녀석의 시선을 따라 맞추며 입을 달싹이며 움직였다.

"이번에는 네 뜻에 순순히 따라주는 걸로 게임을 시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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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30 15:39 | 조회 : 3,100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노골적으로 수위 넣으면 19세라 어떻게 할지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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