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연쇄살인(1)

이른 저녁 휴대전화의 벨 소리가 방안을 메우며 울려 퍼졌다. 조금은 당황스러움과 의문에 연신 울리는 전화를 짧게 응시하였다. 평소라면 에도가와 코난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오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쿠도 신이치의 휴대전화가 떨리며 울리고 있다. 짧게 울리다 그치는 게 아닌 것으로 보아 큰일이라도 일어난 건가. 현재의 목소리는 어린 티가 나기에 나비넥타이형 음성 변조기를 손에 쥐며 수신을 받아들였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들려온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나 숨 가쁘게 말하는 건지, 짧게 인상을 찌푸리며 느껴지는 상황의 심각성에 짧은 숨을 토한 뒤 입을 열었다.

“우선은 조금 진정하신 뒤 말을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전화 너머의 남성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급하게는 제대로 된 상황 설명이 안 된다고 판단했는지 천천히 숨을 고르는 듯 보였다. 이내 입을 뗀 남성은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쇄적인 살인을 일삼는 범인이 도주 경로가 워낙 많은 곳만을 정해 사건을 일으키는 탓에 추격전을 벌이다가 도중에 흔적이 사라져 놓치는 일이 빈번해 곤란하다며 살인범의 범행들을 낱낱이 설명하던 그는 최근 들어 범인이 경찰관계자들의 가족, 혹은 지인들에 대해 언급하며 협박한다는 것에 분노하면서도 어쩔 도리를 못 찾겠다며 호소하듯 털어놓았다.
그가 말한 바에 따른 범인의 정보를 요약하자면 범인의 인상착의는 주로 검은 옷과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등 신체를 가리는 의상이 전부 어두운 계열이라는 것, 180이 넘는 큰 신장에 피해자는 젊은 연령대가 주된 대상이며 성별은 가리지 않는다는 것, 범인이 협박하는 인물들은 전부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관계자의 가족이나 지인이라는 것. 그는 한숨을 내뱉으며 피곤한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경찰 측에서는 중범죄 이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는 만큼 범인에게 DOA를 걸었습니다.”
“DOA라면, 말 그대로 생사에 상관없이 범인을 잡아도 된다는 건가요?”
“네, 우리는 놈에게 현상 수배를 걸었거든요. 그런 놈은 죽여서라도 죄를 묻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그놈을 생포하여 그가 저질렀던 죄를 낱낱이 묻고 싶지만, 아마도 그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가 입을 다물고 잠깐의 침묵이 맴돌았다. 그의 말을 생각한다면 그와 그의 무리. 즉 경찰들이 쫓고 있다는 그 범인은 용의주도하며 현상 수배까지 걸 정도로 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며, 경찰들과 그의 측근들에게까지 손을 뻗으며 협박을 일삼는 중이다.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가 이렇게까지 큰 사건을 친히 안내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소리 없이 숨을 삼키며 괜히 아픈 듯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짚을 때였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묵직한 발소리, 그리고 무언가에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경계태세를 갖추는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네가 여길 어떻게.!”
“자신을 잡으려는 사람에게 정보를 건네주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지, 안 그래?”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희미해지다 가까워지길 반복한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대화로 추측한다면,

“..당신이 연쇄살인마로군.”
“이거, 전화를 끊어버리는 데 실패했군. 그래, 내가 경찰들이 그토록 잡고 싶어 하는 범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만 말이야, 어떻게 보면 이건 여기 있는 경찰들이 무능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나? 나는 적어도 녀석들의 능력이 출중하다면 말썽 피우는 범인은 금방 체포할 거라고 보는데 말이야.”

비웃음이 가득한 어조. 이미 협박까지 한다는 시점에서부터 경찰을 무시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무시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경찰의 권위가 추락해서 밑 보이는 건지. 현재 자신의 표정을 그들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건 당신의 자만이라고 생각하는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당신도 모르게 꼬리를 밟힐 거야. 알아?”
“무서워라, 그렇지만 꼬리가 밟혀봤자 잡을 사람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여태까지는 당신이 뭘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이제부터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거야.”
“아~, 혹시 지금 전화를 받는 네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거야? 헤이세이의 명탐정.”

처음부터 전화 내용을 듣고 있었던 건가? 잠시 이어지는 침묵 때문인지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혹시 정체를 알고 있어서 그래? 그런 거라면 너무 놀라지 마. 나는 이 녀석들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지 리스트를 짜놓고 있었거든. 오늘은 운 좋게도 그 리스트의 주인공 중 유력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을 찾아낸 거라서 말이지. 물론, 네가 생각하듯 도청 장치가 이곳에 설치되어 있기도 했고.”
“처음부터 다 들은 건가.”
“그래, 이 녀석이 분노 섞인 목소리로 네게 애원하는 것까지 전부 말이야. 아주 가관이더군. 자신들이 잡을 능력이 없어 당하는 걸 타인에게 부탁하다니. 뭐, 탐정은 경찰들과 손 붙잡고 다니는 사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군. 그보다, 잠시 가만히 있으라고 경찰 씨. 발버둥 치면 내가 못된 짓이라도 하는 줄 알잖아?”

그 짧은 시간에 경찰을 제지 시키며 억누른 건가,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그건 경찰들의 한 줄기 빛 되는 탐정이 알아내야지. 안 그래? 그리고, 정말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찰이로군. 얌전히 있으라고 했을 텐데?”

범인의 말에 입을 열어 답하기도 전 짧게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총성이 휴대전화 너머를 울리며 들려왔다. 멍해지는 귓가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그리고 즐겁다는 듯 웃으며 말을 잇는 그.

“반항하는 놈은 얌전하게 해줘야지, 안 그래? 이제야 조용하니 마음에 드는군.”
“당신은 제대로 미친 인간이야.”
“그걸 이제 알았나? 세상에는 나보다 심하게 미쳐 돌아가는 인간이 수두룩하지. 자, 그럼 이제 말을 줄이도록 할까. 친애하는 탐정 군, 잡아보도록 해. 당신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경찰을 순식간에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나를 말이야.”

뭐라 말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끊어진 전화는 허망함을 안겨주며 침묵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저 걸려온 전화를 받았을 뿐인데 한 명의 의뢰인이 죽어버렸다. 그것도 범인에게 손쓸 틈도 없이.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면 그나마 나았을까. 지끈거리는 머리에 숨을 미간을 누르면서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며 전화를 걸었다.

“..살인사건입니다, 경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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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28 14:54 | 조회 : 5,087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수위 다음 편을 어떻게 이을까 생각하는데 문득 떠오른 내용이라 써봅니다. 이번 편에서는 신이치의 모습이 주되며, 카이토의 등장은 고민 중입니다. 카이토 외 원하시는 캐릭터가 있으시다면 댓글 부탁드려요.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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