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사건, 그리고 고백

그저 옅게 몸을 떨던 그가 한순간 달려들어 목을 잡아버린다. 숨을 토해내기도 잠시, 이내 차오르는 숨에 제 숨길을 막으며 힘을 주는 그의 손을 붙잡으며 버둥거렸으나 그럴수록 오히려 손에 힘이 들어갈 뿐이었다. 천천히 막혀오던 숨이 어느샌가 턱끝까지 차오르자 버둥거리던 힘마저도 빠져버려 저항하던 몸은 그저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손에 잡힌 채 축 늘어질 뿐이었다. 산소가 부족해오자 머릿속에서는 위급하다는 듯 경보가 울려오는데, 차마 몸은 그 경보를 따라 행동할 수 없었다. 산소가 부족해짐에 따라 경보를 울리던 머릿속은 어느샌가 이전에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릴 뿐이었다. 이게 바로 그동안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친다는 말일까. 그런거라면 정말 싫은데-.. 쉬어지지 않는 숨을 내뱉으려 시도하던 중 떠오르는 생각에 그저 옅은 웃음을 지어볼 뿐이다.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면 그때 그저 조심하라는 말에 알겠다고만 대답하지 말걸 그랬나. 아니면 그저 고맙다며 조금 더 함께 있어주거나..

' -.. 무엇보다, 녀석한테도 솔직하게 털어놓을걸. '

그러지 못하고 가는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괴도씨-.

그렇지만, 부디. 나보다는 더 재밌는 탐정 만나서 지내기를 바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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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다 .

아까부터 자꾸만 얼굴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하고도 차가운 이 느낌 .

눈을 뜬다면 , 왜 그런지 이유를 알 것만 같은데 - .

이상하게 눈을 뜨고 싶지않아 .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편안해서 , 몸을 일으키기가 싫어 .

그저 지금 이대로 누운 채 ,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고만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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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 아까부터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아서 .

그 사람이 누군지 , 알아보고 싶어 .

이대로는 왠지 ,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고 끝날 것만 같아서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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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 .. 탐 -.. 제발 -.. "

희미하게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 탐정군, 괜찮아요.? 괜찮은거야.? 응.? "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평소와는 달리 얼굴이 붉어진 채 하염없이 굵은 눈물을 흘리는 녀석이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만난 사람. 왠지 모르게 그게 너라는 사실에,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눈을 뜬 내 모습에,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인지 숨을 토해내며 다행이라는 말과 함께 내 등을 끌어안는 녀석. 그런 녀석을 그저 가만히 지켜보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괜찮다며 등을 보듬을 뿐이었다. 사건을 일으킬 때는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온갖 여유를 다 부리더니. 대체 왜 이렇게 한순간에 얼굴을 구기는건데, 너란 녀석은. 우는 것을 들킬새라 최대한 숨죽여 흐느끼는 녀석의 등을 계속해서 쓰다듬다 이내 고개를 드는 네 얼굴로 손을 뻗고는, 녀석의 뺨을 흘러내리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입을 열었다.

"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에 버려두고 이렇게 눈물을 보이실까. "

" -.. 오늘만큼은 버려둬도 되는거니까. "

자신의 눈물을 훔쳐주는 행동에 조금은 당황한 듯이 보이던 그가 손으로 눈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 . 그렇게 범인한테 당해버리면 어떡해요. .. 사람 마음도 모르고. "

'범인'이라는 말에 불현듯 떠오르는 아까의 기억. 녀석의 등 뒤를 살피자 양손에는 수갑이 차인 채, 바닥에 쓰러진 범인의 모습이 보였다.

" 범인이 범인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게되다니. "

어느정도 진정된 듯한 그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며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 -.. 도와줘서 고마워. "

.

" .. 탐정군. 앞으로는 혼자 무리하게 범인 쫓지말아요. 위험하니까 -.

오늘처럼 다쳐서 쓰러진 모습은 더이상 보고싶지 않으니까. 뭣하면 잡는거 도와줄테니까. 그러니까-.. 나한테 도움도 구해줘요. 바로 도우러 올 테니까. "

짧은 정적 가운데 들려오는 대답.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너는, 나한테 쫓기는 괴도잖아.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거야? 단순히 내가 네 사건장소에 찾아가는 탐정이라서? 왜 이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려는건데. "

내 물음에 그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돌리던 그가, 이내 시선을 맞추었다.

" 그야, 저는 탐정군을 좋아하니까요. "

" _ 거짓말. 네가 왜 나를 좋아하는건데. 괜히 착각한거 아냐? "

" . 착각이라니, 절대 아니라구요. 그동안 탐정군 볼 때마다 느꼈던 감정이니까. 초반에는 탐정군과 마찬가지로 착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착각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으니까.

진짜로, 탐정군을 좋아하니까요. "

.

왜 이렇게 마음을 털어놓는거냐고. 이렇게 털어놓으면, 나는 어떡하라고.

그저 조용히 입술을 깨문 채 머뭇거리기도 잠시, [ 녀석한테도 솔직히 털어놓을걸. ] 이라고 생각했던 아까의 일에 살짝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 얼마나 좋아하는데 - ? "

" - 네? "

" 좋아하는거면, 나 얼마나 좋아하는거냐고. "

" 엄청요. 말로 다 말하지 못할만큼. 계속 안아주고 싶을만큼 좋아해요. "

숨을 내뱉으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잠시, 이내 마음을 다잡으며 그와 시선을 맞춘 채, 그동안 하지못하고 숨겼던 마음을, 이제는 털어놓는게 옳다고 생각하며 다짐헸던 말을 그에게 내뱉는다.

"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 그러니까, 괴도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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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랑 사귀어 줄 수 있어?

조금은 힘겹게 내뱉은 말 한마디.

그런 말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용히 얼굴을 붉히다 이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나지막히 고개를 끄덕인다.

" .좋아하는만큼 거절은 안 할거예요. 이제는 대놓고 탐정군만 쭉 지켜볼거니까, 탐정군도 나만 바라봐주고 좋다고 해줘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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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8-07-04 16:18 | 조회 : 4,180 목록
작가의 말
백 윤

내용 적다가 날아가서 다시 쓴 인생.. 너그럽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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