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내면의 평화나 조화는 꼴찌에게나 주는 상이랬다.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내 곁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모두 호감 가는 외모라며 다가와도 내 우울한 말투에 곧장 떠나간다.

우울함은 내 속성이었다. 가차 없고 무시무시한 자유와 외로움이 날 덮칠 때도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생기를 보이기엔 립스틱 하나면 충분했다.

“현진 씨는 안가요?”

“네. 몸이 안 좋아서요.”

내 마음도 몸의 일부니 딱히 거짓말한 것은 아니다.

회식을 빠지고 버스에 올랐다. 그래도 빠지냐고 물어봐준 동료가 있어 뻘쭘하지는 않았다. 그 동료가 전 남친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그는 나와 헤어지고 바로 다른 부서 여직원과 눈이 맞았다. 화가 나지 않느냐고? 내가 차버렸기 때문에 할 말도 없다. 그리고 그와 그녀 모두 나보다 예쁘지도 잘나지도 않았기에 화도 안 나고 그저 무기할 뿐이었다.

여러 생각을 마치고 있을 때 쯤 버스가 급하게 멈췄다. 안에 승객들은 모두 스프링처럼 앞으로 튀어 나왔다 겨우 제자리에 설 수 있었다.

“거기 가사 양반! 무슨 일이요!”

맨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묻자 기사 아저씨는 창백한 얼굴로 뒤를 돌았다.

“사람이... 내가 사람을 쳤어...”

기껏 회식까지 빠지고 퇴근을 하는데 이젠 버스사고 까지. 기구한 일상은 언제까지 반복될 예정일까.

괜히 엮기고 싶지 않았던 나를 포함한 승객들은 열린 뒷문으로 하나 둘 빠져나갔다. 버스 계단을 내리니 길바닥에는 눈이 얕게 있었다.

벌써 눈이 올 시기인가. 하긴, 11월의 첫눈이었다. 사고의 장소 앞엔 왼 여자가 가냘프게 누워있었고 버스 기사는 실성한 듯이 서있었다.

여자의 웨이브 진 머리카락과 갈색 코트는 피로 점점 물들어 갔다. 꽤나 큰 사고 같았다.

잠시 떠오르는 장면이, 저 뒷모습과 코트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었다. 점점 사고 현장에 다가가다 보니 그 앞에까지 와버렸다.

“희진? 희진씨!”

옆 부서의 여직원이었다. 그래. 전 남친과 눈 맞은 그 애였다. 넋을 놓고 있던 사이 도착한 경찰차와 구급차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고 급한 마음에 설명을 하다 병원까지 오게 되었다.

"다른 보호자와는 연락이 안되기 때문에..."

간호사는 이런 말만 반복했고 나는 얼떨결에 그 애의 임시 보호자가 되었다. 이럴 때가 아니었다. 우선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해야했다.

"여보세요? 지금 재선 씨 애인분 사고가 나셨는데..."

웅얼웅얼. 전남친과 한 달만에 하는 통화치고는 형편 없는 주제였다. 현 여친의 사고 소식을 전하는 전 여친이라니.

전화 후 응급실 옆 의자에서 꾸벅꾸벅 졸던 타이밍에 그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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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1-19 22:03 | 조회 : 638 목록
작가의 말
nic6549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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